대한민국 7급 공무원, 대통령 경호실 경호관의 첫번째 자격 요건입니다. 대통령을 위해 언제든 죽을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는 거죠.
이렇게 목숨 바쳐 일하는데, 지금 청와대 경호실은 '비선실세', '보안손님', 거기다 '주사 아줌마'까지. 청와대를 제 집 드나들 듯 했던 대통령의 '보안손님' 등장으로 일 할 맛이 안 나게 생겼습니다.
대통령 경호실은 1963년 박정희 정권의 출범과 함께 창설됐습니다. 그런데 사실 경호실 하면 떠오르는 게,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피살사건과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암살사건입니다.
항상 권총을 차고 다녀 '피스톨 박'으로 불린 박종규 경호실장이 육 여사 피살사건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후임으로 온 차지철 실장은 10·26 사건 때 대통령을 지키긴 커녕 혼자 화장실로 도망갔다가 결국 박 전 대통령과 함께 피살되며 경호실 역사에 큰 오점을 남겼죠. 군과 경찰·중앙정보부까지 쥐고 흔들며 '정권의 2인자'로 군림했었는데 말입니다.
그 뒤, 문민정부 들어 김영삼 전 대통령은 경호실의 군사적 색채를 지우기 위해 군 출신이 아닌 경호관 출신을 경호실장에 발탁했고, 이 때 뽑힌 사람이 바로 육영수 여사 피살 당시 앞으로 뛰어나가 저격범에게 총을 겨뒀던 박상범 경호실장입니다.
참여정부 땐 경찰출신 실장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MB정부 땐, 장관급이었던 경호실장을 차관급으로 격하시키죠.
그런데 지금은 수십 년간 해온 일을 되돌려 놓은 듯, 육군 참모총장 출신의 경호실장에 지위도 장관급으로 다시 격상됐습니다. 장관이니 당연히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정까지 논합니다. 대통령 경호실장이 행정부 최고 의결기관인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건,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고 하죠.
항간엔 경호실장이 대통령이 만나는 사람을 통제한다고도 하고 실제 '청와대의 주인, 광화문의 주인은 경호실이다'란 소문까지 돌고 있었습니다. 알게 모르게 기세가 등등해졌던 거죠.
결국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대통령 경호실을 폐지하고 경찰청에서 담당하도록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실제, 대부분의 나라에선 국가 원수에 대한 경호를 경찰이 담당하고 있거든요.
영국은 런던 수도경찰청에서, 독일은 연방 범죄수사청, 우리와 비슷한 미국은 경호실을 국토안보부에서 맡습니다.
법안이 통과될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경호실이 왜 바뀌어야하는지는 경호실 스스로가 잘 알 겁니다.
경호실. 이제는 '광화문의 주인', '청와대의 주인'이라는 비아냥에서 벗어나 오로지 대통령 경호만 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이름 그대로, 본연의 임무대로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