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고려인 가운데 한국어를 전혀 알지 못하는 비율이 30%를 웃도는 만큼 현지에서 한국어 교육을 확대해 한민족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일 손영훈 한국외대 교수 등이 재외동포재단 연구 사업으로 펴낸 '러시아·CIS(옛소련 연방) 동포 이주·정주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8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 4개국 고려인 673명을 조사한 결과 한국어를 전혀 모른다는 응답이 34%에 달했다.
한국어 구사 능력이 초급이라는 답은 45%, 중급 13%, 고급 2%로 각각 나타났다.
가정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지 묻는 항목에도 '전혀 사용 안 한다'는 답이 37%에 달했다. 약간 사용한다는 답은 47%, 자주 사용한다는 답은 10%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고려인들이 가정에서 한국어를 자주 사용하는 경우는 10%로 매우 저조한 상태"라면서 "가정에서 민족 언어인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한민족으로서 정체성이 상실될 확률이 매우 높아지는 만큼 체계적인 한국어 보급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려인 중 한국어 학습이 매우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77%, 약간 필요하다는 답은 15%로 나타난 반면 전혀 불필요하다는 답은 5%에 그쳤다.
한국인에 대한 견해를 묻는 항목에서도 '우호적인 동포'라고 답한 비율이 66%에 달했고, '단순한 외국인' 18%, '친근하지 않은 동포' 8% 등으로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고국과 격리된 환경에서 지내온 결과 고려인의 정체성은 하나의 새로운 형태로 굳어지고 있다"면서 "언어적으로 러시아어가 제1 언어로 돼 있고, 사고방식 또한 한국인과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민족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 한국에 대한 자부심, 한국어에 대한 관심은 사라지지 않았
이어 "고려인의 거주국 상황에 따라 맞춤형 지원책을 강구해야 할 때"라며 "예를 들어 카자흐스탄 고려인에게 정보기술(IT) 전공을 특화하도록 지원하면 현지의 유능한 인재로 성장하고, 미래에 한국에 기여할 능력도 길러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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