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또래 학생으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해 112에 신고 전화를 한 초등학생에게 "엄마한테 연락해라"고 끊고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특히 경찰은 사건 당일 해당 학부모의 항의로 이같은 사실을 알고도 한달이 넘도록 쉬쉬해오다 파장이 커지자 뒤늦게 진상 조사에 나서 뒷북 대책이란 비난까지 사고 있다.
13일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오후 6시께 김해시내 한 PC방에서 초등학교 6학년 김모(12) 군이 인근 학교 5학년 5명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가해 학생들은 김 군 일행이 자신들의 게임실력이 못하다고 무시하자 이들은 김군이 혼자 게임하는 틈을 타 괴롭혔다. 이들은 야구 방망이로 김 군이 앉아 있던 의자를 치거나 김 군을 둘러싸고 목을 조르고 의자를 밀치거나 주먹으로 위협했다. 이에 겁먹은 김군은 112에 전화를 했고 신고를 받은 지령실 A 경위는 "엄마한테 연락해라"고 말한 뒤, "엄마가 신고하도록 해라"고는 끊고 출동 지령을 내리지도 않았다. 결국 피해 학생은 아버지가 데리러 올때까지 한참을 기다렸고 김군은 병원에서 전치 3주 진단을 받은 데 이어 충격으로 정신과 상담까지 받았다.
김군의 신고를 무시한 해당 경찰관에 대한 징계나 사후 대응도 부실했다.
김군의 학부모는 김군이 신고전화 후 10분 뒤에 112로 다시 전화를 걸어 경찰의 황당한 대응 사실을 항의를 했으나 해당 경찰관은 지구대 출동지령만 내리고 이같이 사실은 윗선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 이후 피해 학생 학부모가 사건 발생 한달이 지난 지난 6일 경찰에 당시 112 녹음 파일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당시 잘못된 경찰 대응 상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졌다. 그러나 경찰은 정보공개청구 신청을 한 학부모의 항의를 듣고도 사실상 '쉬쉬'해오다 뒤늦게 해당 경찰관에 대한 감찰조사에 들어갔고, 해당 사건을 일선경찰서에서 지방경찰청으로 이첩하는 등 뒷북 대책을 내놨다.
김군의 신고전화를 무시한
경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A 경위는 엄중 문책할 것이고, 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며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었는지 관련자들을 상대로 제대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창원 = 최승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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