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61·구속기소)의 조카 장시호 씨(38·구속기소)가 법정에서 "삼성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지원하도록 강요했다"는 혐의를 인정했다.
장씨 측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자신의 첫 공판에 출석해 이 같이 말했다. 장씨는 "자백하는 게 맞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맞다"고 대답했다. 이날 재판에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최 씨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56·구속기소)도 출석했다. 이들은 장씨와 공모해 2015년 10월 ~ 2016년 3월 삼성으로 하여금 영재센터에 총 16억 2800만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 및 강요) 등을 받는다.
하지만 최씨는 전날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변론에 이어 일부 사실관계만 인정할 뿐 혐의 자체는 모두 부인했다. 최씨 측은 "은퇴한 스포츠 선수들이 영재센터를 만들어 재능을 기부하고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에 공감해 재단 설립 등을 조언해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김 전 차관에게 영재센터에 대한 후원을 말한 사실은 있지만, 삼성 등 구체적인 기업을 특정해서 말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
최씨 측은 특히 "영재센터는 장 씨의 아이디어"라며 장 씨에게 책임을 돌렸다. 증거 조사 과정에서도 장 씨가 영재센터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운영했다는 검찰의 수사기록과 영재센터 직원들의 진술조서를 무더기로 제시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장 씨가 아닌 최 씨가 영재센터의 최종 결정권자임을 분명히 했다. 검찰은 "영재센터가 장 씨에 의해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수사기록은 수사 초기 단계에 등기부등본 등 표면적인 증거를 보고 작성한 것에 불과하며, 추가 조사를 통해 영재센터 설립 지시 등 중요한 결정은 최 씨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장씨는 최씨 측이 자신을 언급할 때마다 메모를 적어 변호인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다. 재판이 끝난 이후에는 퇴정하기 전 최 씨와 잠깐 눈이 마주치기도 했다. 김 전 차관 역시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한편 이날 진행된 증거 조사에서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49)의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 당시 진술조서가 공개됐다. 이 부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영재센터에 관한 보고를 전혀 받은 바 없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장씨가 최씨의 조카여서 일방적
영재센터에 대한 지원이 얼마나 허술하고 급하게 진행됐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도 다수 제시됐다. 검찰은 "삼성이 지원을 해주는 입장인도 철저한 '을'의 위치에서 지원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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