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성 전 대통령 제1부속비서관(48·구속기소)이 박근혜 대통령도 차명 휴대전화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19일 헌법재판소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과도 차명폰으로 (연락)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대통령도 차명 폰이 있느냐"는 질문에 잠시 망설이다가 "그렇다"고 답했다. 차명 폰을 사용한 이유를 묻자 "혹시나 모를 도·감청 위험 때문"이라며 "우리 정치의 좀 아픈 부분"이라고 표현했다. 다만 "대통령은 (차명폰인지 모르고) 드리는 대로 썼을 것"이라고 두둔했다.
이와 함께 최순실씨(61·구속기소)와도 차명 휴대전화로 수시로 연락했다며 '비선실세'의 역할을 소상히 증언했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를 일컬어 "그는 대외적으로는 '없는 사람'이었다. 뒤에서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최씨가 밖으로 등장하면서 일이 이렇게 꼬였다"며 방청객의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국회 소추위원단은 "그게 곧 '비선실세' 아니냐"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정 전 비서관은 또 박 대통령 취임 후 연설문 등을 작성할 때 최씨 의견을 듣고 수정한 점도 시인했다. 그는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때부터 최씨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엄청 바쁜데 연설문을 고치다 보면 힘들고 해서, 최씨 의견을 들어서 반영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최씨에게 말씀자료 등을 고칠 능력은 없다며 어디까지나 '참고'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씨가 정책적으로 판단해서 고칠 능력은 전혀 안 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조금이라도 의견을 모으면 좋은 표현이 있을까 해 들었을 뿐"이라고 했다.
최씨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개최에 영향을 미쳤음도 인정했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가 2013년 10월 27일 전화해 박 대통령 유럽 순방 전 수석비서관 회의를 개최하라고 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밝혔다.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시끄러운 상황임을 고려해 최씨가 "훌쩍 가는 건 아닌 것 같고, 순방 가기 전에 수석비서관 회의나 국무회의를 잡아보라 하자"고 하자, 바로 3일 뒤인 10월 30일 당초 계획에 없었던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렸다고 했다.
한편 이날 정 전 비서관과 함께 증인으로 나온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도 최씨 회사에 특혜를 준 것과 관련해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먼저 최씨와 이권이 얽힌 더블루K를 살펴보라는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조성민 대표를 만나 (더블루K가)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하니 들어보라고 지시했다"면서 "대통령에게 '개인적인 관계'나 자문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비선실세'의 존재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또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지목된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의 좌천 인사 배후에 대통령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대통령이 문체부에 노태강·진재수가 있는데 적절한 시점에 승진시켜서 산하단체 산하 임원으로 보임시키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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