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영 변호사 [김호영 기자] |
지난해 11월 17일.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무려 1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던 청년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2003년 살인을 자백한 진범이 나타났음에도 진실이 밝혀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검찰과 경찰이 진범을 잡는데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준영(42·연수원 35기) 변호사는 이른바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재심을 이끌어내 억울한 청년의 '한'을 풀었다.
19일 서울지방변호사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박 변호사는 솔직하고 거침이 없었다. 사법부를 향한 날선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가난하고 못 배운 아이(당시 15세)에게 어른들은 참으로 못나고 비겁했다"며 "증거를 조작해 선량한 목격자를 범인으로 만들어 옥살이를 시킨 것도 모자라, 진범이 나타났음에도 경찰, 검찰, 법원은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진범을 풀어줬다. 공권력은 이 사건의 가해자이자 공범"이라고 사법부에 일침을 가했다.
이 사건은 한국 사법체계의 총체적인 모순을 그대로 드러냈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공권력은 흙수저 청년을 범죄자로 만들었다. 오히려 진실을 감추기에 급급했다.
그는 "약촌오거리 사건과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비슷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권력이 정의를 우롱했다는 점에서 닮았고, 정의에 목말라하는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권력이 감추고자했던 진실이 드러났다는 점도 그렇다.
박 변호사는 "최순실 사태로 국민들이 사법정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며 "대한민국이 한 단계 발전하는데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번 약촌오거리 사건에 앞서 '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2007년)'과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1999년)'의 재심을 청구해 '사법 피해자'들의 무죄를 밝혀내 '재심전문'변호사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는 전남의 작은 섬에서 태어나 고졸 학력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그는 "학벌과 인맥이 없는 흙수저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국선 변호 밖에 없었다"며 "국선 변호를 하면서 목격한 공권력의 폭력을 밝혀내려 씨름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흙수저 변호사가 끈질기게 매달려 피해자들이 누명을 벗길 때마다 경찰과 검찰은 당시 수사 과정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법 위에 군림하는 권력에 염증을 느꼈던 국민들은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구현하는 박 변호사 이야기에 환호했다. 그가 맡았던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 '재심'이 오는 2월 개봉을 앞두고 있을 정도다.
박 변호사는 "공익변호사 일이 돈도 못 벌고, 힘들지만 누군가는 사법 피해를 당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며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진실은 법을 통해 반드시 밝혀진다는 사례들이 쌓여야만 세상이 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공익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수임료를 받지 못해 지난해 파산했다. 이후 인터넷에 자신의 사연을 올려 소셜 펀딩 형태로 시민들에게 '손'을 벌렸다. 그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쌈짓돈이 모여 5억6000만원이라는 거금이 됐다. 모인 돈은 다시 억울한 사람들을 변호할 재원으로 삼을 계획이다.
그는 "여전히 잘못된 절차에 의한 사법기관 수사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며 "대한변호사협회에 최근 '재심법률지원소위원회'가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아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박 변호사는 "시민들이 억울한 사람들 누명 벗겨주
"국민들이 사법피해 사례와 재심사건에 관심을 갖고 사법기관을 견제해줘야 합니다. '정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지속돼야만 대한민국에 사법정의가 바로 설 수 있습니다."
[서태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