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숭례문에 불이 났다는 소식에 밤잠을 못 주무신 분들 많을 겁니다.
결국 600년 동안이나 서울을 지켜온 숭례문은 화재 5시간 만에 속절없이 잿더미가 되고 말았는데요.
이번 화재 사건은 특급 문화재 관리부터 소방 당국의 사후 대응에 이르기 까지 모두가 어처구니 없는 일들 뿐입니다.
취재 기자가 나와있습니다.
앵커)
강영구기자,
먼저 어제 화재 상황을 시간대 별로 정리 해 주시죠.
기자)
네 숭례문의 화재는 어제 밤 8시 50분쯤 시작됐습니다.
소방당국은 바로 30여 대의 소방차와 백 여 명의 인력을 투입했습니다.
처음 한 시간 동안은 화재가 어렵지 않게 진압되는 듯 했는데요.
진화 30분 만에 불길이 사그라들면서 연기만 나는 훈소 상태로 접어드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밤 10시가 넘자 숭례문의 누각 안쪽에 있던 불길이 밖으로 치솟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연소가 시작됐습니다.
밤 11시 20분쯤 냉각수 대신 거품식 소화제를 뿌렸지만 이 역시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또 밤 11시 50분에는 지붕을 해체해 누각 안으로 들어가려고도 했지만 여의치 않았습니다.
결국 오늘 새벽 0시 58분경 지붕 붕괴가 시작됐고 한 시간 뒤인 1시 54분 누각 1, 2층이 모두 무너져 내리고 말았습니다.
정정기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의 말씀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 정정기 / 서울소방재난본부 -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초기 진화는 (숭례문) 건물의 구조 특성상 초기 진압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점에 대해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화재 원인에 대한 경찰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네 경찰은 이번 화재 원인에 대해서 누전과 방화 모두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중입니다.
경찰은 특히 방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항공 점퍼와 검은색 등산바지를 입고 있었다는 시민 제보가 상당부분 신뢰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화재 직전에 무인경비시스템이 울렸던 점도 방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합선과 누전에 의한 화재 가능성도 열어 둔 상태입니다.
경찰은 현재 화재 현장 인근 건물들의 폐쇄회로 화면을 확보하는 한편, 시민들을 상대로 한 탐문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앵커)
네 자세한 내용은 잠시뒤 현장 기자를 연결해 듣도록 하구요.
이번 화재의 초기 진압이 늦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우선 화재가 발생한 뒤 40여 분만에 연기만 나는 '훈소상태'가 되자 소방당국이 '불이 잡힌' 것으로 오판한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소방당국과 문화재청의 미흡한 공조 역시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소방당국은 문화재청이 대전에 있어 '구조물 설계도'를 초기에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문화재청에서 '문화재가 손실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불을 꺼달라'고 당부하는 바람에 적극적인 진화를 하지 못했다고도 했습니다.
인터뷰 : 김상구 / 문화재청 건축과장 -
-"지붕 해체 시도를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때는 불길이 타고 올라오고 위에는 물을 뿌리지 않습니까 한식 기와가 경사가 있어서 소방관들이 올라가 해체해야하는데 올라가면 안전사고에 문제가 있어..."
특급 국보가 잿더미가 될 극한의 위기 상황에서도 떠넘기기식의 탁상행정을 엿볼수 있는 대목입니다.
앵커)
볼수록 답답함만 커지는 데요.
근본적으로는 허술한 문화재 관리가 다시 도마에 올랐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우선 이번에 전소된 숭례문과 같은 국보를 관리하는 법 규범 자체가 없다는 점입니다.
문화재에 자동 소화 장치나 화재 경보 시스템을 구비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하는 시행령이 있어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끊임없이 있어왔지만 정치권은 이를 외면했습니다.
때문에 숭례문에는 그 흔한 화재 감지기나 스프링클러 한 대가 없었습니다.
소화기 8대가 비치돼 있기는 하지만 이번처럼 갑작스런 화재에는 무용지물입니다.
특히 숭례문의 경우 일반인의 접근이 쉬워 항상 방화 위험에 노출돼 있었음에도 해당 부처에서 문제 제기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문화재 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부족했습니다.
숭례문의 지붕과 서까래는 방수 처리가 돼 있습니다.
때문에 밖에서는 아무리 물을 뿜어도 내부에 난 불을 끄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다시말해 우리 소방당국은 5시간 동안 엉뚱한 곳에 물을 뿌리고 있었던 겁니다.
인터뷰 : 윤명오 /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 -
"무지하게 답답하겠지만 문화재에 대해서 현재 대한민국에는 소방전술의 개념이 없습니다."
앵커)
네. 정말 마음 아픈 일인데요. 어제 많은 시민들도 새벽 시간에 나와 숭례문이 무너져 내리는 광경을 지켜봤죠?
기자)
네 시민들은 참담한 광경에 할말을 잃었습니다.
1,2층 지붕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릴때는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인터뷰 : 이명화 / 서울 한남동
-"기왓장이 떨어질 때 가슴이 확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인터뷰 : 정은석 / 서울 후암동
-"소중한 남대문 뿐 아니라 우리 국민의 이미지와 자존심도 함께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참으로 안타깝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터뷰 : 함정학 / 도봉구 방학동
-"저도 뉴스를 집에서 보다가 뛰쳐나왔는데 국보1호가 타고 있다는...
처음 8시 50분에 발생했을 때 진화를 확
앵커)
네 우리 국민이면 누구나 같은 심정일텐데요.
이번일은 교훈으로 삼기에는 너무 피해가 커 보이는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문화재를 지켜내기 위한정부차원의 긴급 대책이 절실하다고 밖에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앵커)
네 강영구 기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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