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
"다시 사회에 복귀해서 좋습니다. 저도 이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싶어요."
이달 19일 서울 강남구 개포2동 주민센터에 박모(52)씨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희끗희끗한 머리에 갈색 점퍼를 입고 검은 목도리를 두른 그는 다소 피곤한 기색은 있었지만, 말쑥한 모습은 잃지 않았습니다.
박씨는 손에 펜을 쥐고 건네받은 서류에 한 자 한자 조심스레 이름 석 자를 적어 내려갔습니다. 지난 3년간의 노숙 생활을 청산하고 어엿한 '주민'으로 주민등록을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29일 서울 강남구에 따르면 박씨는 2년 전인 2015년 겨울 지하철 7호선 논현역 계단에서 순찰하던 공무원의 눈에 처음 띄었습니다. '부촌' 논현동 한켠에서는 차디찬 지하철역 바닥에서 겨울을 나는 이도 있었던 것입니다.
구 관계자는 "영하 5도 이하로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자주 심야 순찰을 한다"며 "당시 역사 계단에서 누워있는 박씨를 발견해 첫 상담을 시작하고 지속해서 관리했다"고 말했습니다.
박씨는 과거 가족과 함께 아르헨티나에 이민을 떠났다가 사업이 잘되지 않아 국내로 돌아왔지만, 다시 떠나지 못하고 홀로 남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2014년께부터 낮에는 난방이 잘 되는 강남역에 머물다 밤이 되면 논현역을 찾았습니다.
구 직원들은 매일 같이 논현역을 찾아 박씨를 만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상담을 이어갔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돼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이에 따라 차디찬 지하철역 계단이 아닌 따뜻한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행히 박씨 역시 이 같은 말을 한 귀로 흘려듣지 않고 조금씩 마음을 열었습니다. 무엇보다 훌훌 털고 일어나 자립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결국 박씨는 주민등록도 없던 '무연고' 상태에서 벗어나 이달 중순 개포2동 주민센터에 정식으로 전입 신고를 했습니다. 후원자의 도움으로 이번 설은 월 15만∼20만원짜리 고시원에서 따뜻하게 보낼
구는 "필요한 절차를 밟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돼 보호를 받게 되면 이후 공공임대주택 입주 여부도 검토할 예정"이라며 "상담을 통해 박씨에게 맞는 적성을 찾은 뒤 관련법에 정해진 자활사업에도 참여시켜 '사회인'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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