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인구 70만 명의 도시라는 겁니다.
오늘 얘기는 이 '70만'이라는 숫자에서 시작을 할까 합니다.
'70만'은 지난해 우리나라 공무원 시험에 응시한 사람의 수이기도 합니다. 프랑크프루트에 사는 사람 모두가 공무원 시험을 치른 셈이죠. 이 중 합격하는 사람은 고작 3만 명 밖에 안됩니다. 그러니 경쟁률은 20대 1을 훌쩍 넘지요.
공무원 시험 준비생, 줄여서 '공시생'은 서로 동지이자 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비단 '공시생' 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의 공통된 비애라고도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최근 이런 현실을 보여주는 메모지 한 장이 공개됐습니다.
'공시생이 매일 커피를 사들고 오는 건 사치 아닐까요. 같은 수험생끼리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지니, 자제를 부탁드립니다'
한 공시생이 도서관에서 다른 공시생으로부터 받은 메모입니다.
이 공시생이 마신 커피는 한 잔에 1천 500원.
4~5천 원 하는 고가 브랜드 커피에 비해서는 많이 싼 편이지만, 이마저도 사치라 여길 수밖에 없는 이들이 있는 겁니다.
노량진 공시생의 1년 최소 생활비입니다.
학원비와 교재비·고시원비와 식비를 합하면 1,400~1,600만 원 선이 되죠. 근데, 이 정도도 한 그릇에 3~4천 원 하는 컵밥이나 고시 식당밥을 먹었을 때이고, 여기에 인터넷 강의비나 추가 교재비, 기타 생활비를 포함하면 비용은 훨씬 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모두 부모님 등을 통해 지원받는 공시생 입장에선 한 푼이라도 아껴야하는 겁니다.
그렇지만, 사실 이들에게 중요했던 건 1천 500원 짜리 커피가 사치냐, 아니냐가 아니죠. '상대적 박탈감' 이었습니다.
길고 좁기만한 취업 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까, 그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여유로워 보이는 이에 대한 박탈감으로 돌아온 겁니다.
그 마음은 이들 사이에 통용되는 은어를 보면 더 잘 느껴집니다.
'킁킁이' 조용한 도서관에서 코를 킁킁대는 사람, '훌쩍이' 코를 훌쩍이는 사람, '달달이' 다리를 떠는 사람, '음음이' 무의식적으로 목을 가다듬는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런 사람들 책상엔 어김없이 '그러지 마라'라는 메모지가 붙는다고 합니다.
'커피도 사치'라는 쪽지를 받은 공시생처럼 말입니다.
'외투는 밖에서 벗고 들어와라', '딸깍 거리는 소리가 방해되니 샤프나 멀티펜은 사용하지 마라', 심지어, '숨을 작게 쉬라'고 까지 한다죠.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메모들은 메모 한 장에 사랑이 이뤄지기도 하고, 메모 한 장에 수백억 원의 뒷돈이 또 국가 예산이 왔다갔다 하기도 하는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불안한 미래를 그리는 공시생들의 메모가 입춘을 앞둔 추위처럼 쌀쌀함과 씁쓸함을 더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