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둘러싸고 학교측과 학생들 간 갈등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뒤늦게 서울대 교수들이 성명을 발표하고 사태 해결에 나섰다. 오는 9일 각 단과대 학생 대표들이 참석하는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 본부 점거 지속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120여일 가량 장기화한 내홍은 다음 주 최대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3일 서울대에 따르면 학내 교수단체인 서울대 교수협의회(교수협)는 학생과 학교 양측에 점거농성이나 징계 같은 강제적 수단보다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시흥캠퍼스 사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빠르면 금주에 발표하기로 했다. 성명서엔 그동안 시흥캠퍼스 사태를 방관했던 것에 대한 교수들의 반성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교수협 관계자는 "학생이 잘한 일은 격려하고 잘못한 것은 꾸짖어야 하는 교육자의 본분을 교수들이 지키지 못했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했을 때 조속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서울대 내 공식 심의기구인 평의원회가 의장 명의로 '점거 해제를 위한 호소문'을 학교 구성원들에게 보내 "학생들은 하루속히 점거농성을 끝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형준 평의원회 의장(재료공학부 교수)은 "학생들의 요구가 상당 부분 받아들여졌고 의무형 기숙대학, 기존 교육단위 이전 등을 둘러싼 우려도 대부분 불식됐다"며 "이제는 점거농성을 끝내고 미래지향적인 시흥캠퍼스의 청사진을 만드는 일에 나서자"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성낙인 총장이 시흥캠퍼스 추진위원회와 학내 의사결정기구에 학생 참여를 보장하기로 약속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점거 학생들은 이를 '거부' 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오는 9일 각 단과대·학과 학생회장 등 대의원 128명이 참가하는 임시 전학대회를 열어 본관 점거의 지속·해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전학대회가 사실상 시흥캠퍼스 사태 해결을 위한 마지막 '출구'라는 것이 학내외 중론이다. 이 때문에 일반 교수들까지 학생들을 설득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지난 2일 조국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백도명 보건대학원 교수 등 서울대 교수 20명은 '대학본부 농성사태 해결을 위한 호소문'을 작성하고 다른 교수들을 상대로 온라인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8일까지 서명을 받은 뒤 '본부 점거 농성 사태를 우려하는 서울대 교수' 이름으로 호소문을 발표하고 점거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이겠다는 복안이다. 이들은 서명을 받기 위해 미리 공개한 호소문에서 "(학생들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실시협약을 철회한다면 서울대의 명예와 신뢰가 추락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법적 다툼을 비롯한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면서 "점거 농성을 중단하고 요구를 관철할 더 건설적인 방안을 고민할 때"라고 밝혔다.
전학대회에 참석할 예정인 한 단과
[황순민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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