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는 올들어 소속 공무원 정원을 20명씩 늘렸다. 달 탐사 사업 추진에 필요하다며 박사급 연구인력이 아닌 5급과 6급 일반직 공무원 정원을 각각 1명 씩 증원했다. 바이오분야 정책조정 등 갖가지 명분도 내세웠다.
교육부도 자유 학기제 전면시행, 국립대학 자원관리시스템 운영 등에 필요하다며 5급 사무관 8명, 6급 5명, 7급 1명, 연구사 2명 등 정원을 모두 16명 늘렸다. 이들 부처는 조기 대선이 현실화할 경우 야당이 폐지하겠다고 1순위로 꼽고 있는 소위 '요주의 부처'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정치상황은 아랑곳하지도 않은채 오히려 슬며서 밥그릇 늘리기에 나선 것이다.
정권말마다 만연했던 '공무원 몸집 불리기'가 또다시 되풀이되고 있다. 정권 출범 초기에는 중앙부처 일반직 공무원의 정원을 줄이며 조직을 다잡다가, 임기말만 되면 공무원 조직을 다시 키우는 고질병이 박근혜 정부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6일 매일경제가 행정자치부와 일선 부처를 통해 국가공무원 중 일반 행정직 분야(중앙행정기관) 공무원의 2017년도 정원을 집계한 결과, 이달 현재 정원은 총 9만6832명으로 지난해말(9월말 기준)보다 1230명(1.3%)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2014년 정원을 2735명 축소했을뿐, 2015년(74명) 2016년(933명) 등 해가 갈수록 늘리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고용노동부(15명) 행정자치부(28명) 등 '공룡부처'들은 물론이고, 본부인력이 300명이 채 안되는 인사혁신처(8명) 여성가족부(2명) 통일부(5명) 등 미니부처도 앞다퉈 자릿수를 늘렸다.
'새 정부 출범 때 단행될 조직개편에 대비해 미리 머릿수를 늘려놔야 한다'는 게 중앙부처들의 속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원을 늘려달라는 요청을 미리 하지 않으면 정권 출범시 매번 단행되는 조직개편 때 '한가한 부처'로 분류돼 조직이 축소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기류가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앙부처 공무원의 불필요한 정원 증가를 막아야 할 행정자치부가 오히려 몸집불리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난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행자부는 따로 재난안전상황실을 마련한다며 6급 1명을 증원했고, 글로벌행정 협력 및 국민참여를 확대한다며 5급 2명과 6급 1명을 각각 늘렸다. 또 조직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민원서비스를 평가한다며 5급 3명, 지자체 인사혁신 몫으로 5급 2명과 6급 1명을 증원했다. 한시 정원을 포함하면 사무관급 위주로 중앙부처 중 가장 많은 28명을 증원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행정정보화나 사무자동화 수준을 감안해 전체 공무원 정원의 5% 정도를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취임초기엔 사회복지 소방 경찰 등 일선 대민현장 공무원은 늘린 반면 정부 세종청사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등에 근무하는 중앙부처 공무원은 대폭 줄였다. 이 덕분에 2014년에는 중앙행정기관 공무원 정원총수가 1년새 2735명이나 감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5년부터 정원을 조금씩 늘리기 시작하더니 정권말기인 올해에는 1230명이나 한꺼번에 대폭 늘렸다.
임기초 중앙부처 공무원을 줄이고 임기말에 늘리는 행태는 매 정권 마다 '고질병'처럼 반복됐다. 행정자치부가 관리하는 정부조직관리정보시스템에서 각 연도 말 기준 전년 대비 중앙부처 공무원 정원을 보면 쉽게 확인된다.
전체적인 공무원 증원 기조를 보였던 노무현정부 때는 임기 첫 해인 2003년에는 182명만 늘려줬지만 2004년에는 2031명 증원했고, 2005년 3175명, 2006년 4746명, 2007년 5758명 씩 대폭 늘렸다. 이명박정부도 2008년에는 전년도와 같은 정원을 유지했고 2009년과 2010년에는 각각 1016명, 517명을 줄였지만, 정권 말인 2012년에는 292명을 늘렸다.
이런 행태가 정권마다 되풀이 되다보니 행정학계에서는 "정권 3~4년차에 조직진단 관련 '큰 장'이 선다"는 말까지 나온다. 서울지역 한 사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개 정권 3~4년 차에 각 부처가 조직을 늘릴 논리를 찾기 위해 조직진단 용역을 발주한다"면서 "작년에 정부부처 조직진단 용역을 수주했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은
이에 대해 행자부 관계자는 "지난해말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모두 2만7473명에 달하는 정원 증가를 요구했지만 엄격한 심사를 통해 12.4% 수준인 3397명(지방공무원, 경찰, 교원 등 포함) 만 허용했다"며 "부처 요청대로 다들어 줬다면 아마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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