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혐의를 받고 있는 최순실 씨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법정에서 만나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지난해 9월 최씨가 독일로 도피한 이후 처음 대면한 두 사람은 8시간 넘게 진행된 공판에서 때론 인신공격이나 막말에 가까운 공방을 주고받았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9차 공판에는 두 달여 간 행적이 묘연했던 고씨와 최씨가 각각 증인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작심한 듯 질문과 반박의 답변을 쏟아냈다.
고씨는 검찰 측에서 "일각에서 증인과 최순실의 불륜관계가 이번 사태의 발단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고 신경 쓰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박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최순실 게이트는 최씨와 고씨 사이의 불륜을 통해 시작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고씨는 "신성한 헌법재판소에서 역겹다. 인격적인 모독을 하는 게 국가 원수의 변호인단이 할 말인지 참 한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또 최씨가 "신용불량자로 걸려 있어서 카드도 못쓰고 통장거래도 안 되지 않았나. 내가 이경재 변호사 사무장을 직접 연결해서 해결하지 않았느냐"고 물었으나 고씨는 "신용불량에 걸려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최씨는 "포스코에 갈 때 고민우라는 명함을 파서 갔고 개명을 하려고 법률사무소까지 갔는데 마약 전과 사실이 나와서 못 한 것 아니냐"고 말했지만 고씨는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이날 최씨의 청와대 출입 상황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그는 이 변호사가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과 연관이 있다는 증거를 어디 다 대보라"고 하자 "최씨가 청와대에 들어갈 때면 제가 (차를 태워서 종로구) 낙원상가 앞에서 내려줬고 이영선 행정관이 거기 기다리고 있다가 (차를 태워) 데려가곤 했다"며 "최씨가 청와대에 들어갈 때마다 '피곤한데 대통령이 부른다. 스트레스 받는다'며 짜증을 냈다"고 증언했다. 그는 "최씨는 청와대 비서들을 자기 비서인 양 대했다"고도 했다.
이 변호사가 '최씨 소유라는 더블루K는 실제로는 고씨가 장악한 회사 아니냐'고 묻자 고씨는 "내 회사였으면 내가 잘릴 이유가 없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최순실 게이트를 터뜨리겠다고 최씨를 협박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얘기하면 더 내가 억울하다. 그럴 힘이 없었다"고 답했다.
또 이 변호사가 "최씨에게 '돌대가리를 왜 무겁게 달고 다니느냐'며 막말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
이날 증인신문을 마친 고씨는 최씨와 법정서 처음 마주한 소감, 헌재에 나갈 것인지 등을 묻는 질문에 굳게 입을 다문 채 취재진을 제치고 곧바로 차량에 올라 귀가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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