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풀어주자마자 죽음 부른 데이트폭력의 비극

1년 동안 사귀던 여자친구가 이별 통보를 하고 만나주지 않자 홧김에 때려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7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후균)는 지난달 자신의 전 여자친구 A씨(사망당시 34세)를 30여분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강 모씨(33)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강씨는 사건 당일 오후 2시30분께 이씨의 신고로 경찰에 연행됐다가 1시간여 만에 풀려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당시 112에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고 했더니 집에서 나가지 않고 협박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강씨는 즉시 파출소에 연행됐지만 경찰은 '강씨는 A씨 집에 전입한 동거인'이라는 점이 입증됐고 별다른 조치를 할 근거가 없다며 풀어줬다.
강씨는 다시 A씨를 불러냈으나 자리를 뜨려하자 주먹으로 얼굴을 여러 차례 때리고 머리를 바닥에 내리치는 등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격분한 상태에서 폭력을 휘두르다 A씨가 의식을 잃자 곧장 자리를 떴고, A씨는 나흘 만에 머리부위 골절 및 뇌출혈 등으로 사망했다.
강씨는 A씨와 동거할 때도 수시로 A씨에게서 돈을 빌리거나 폭언·폭행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에도 집에서 청소기 등으로 A씨를 때리고 휴대전화를 던져 형사처벌을 받았으며 '다시는 폭력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같은해 11월 A씨가 이별 통보를 하고 집을 나가자 "오늘 (돈을) 안 내면 연체이자 이틀 치를 물어야 한다" "사람 아닌 것은 맞아서 죽는 거 아나" 등의 협박성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이씨의 빈 집 베란다 창문을 깨고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정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