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루K 전 대표의 실토 "최순실의 사업 토대는 권력형 비리"

더블루K 전 대표 조성민 씨(59)가 7일 "권력형 비리를 토대로 영업하려는 회사라 생각해 두 달만에 퇴사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최순실 씨(61·구속기소) 모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로 알려져있다.
조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 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기소)의 9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 1월 최씨 측근 장순호 씨의 소개로 회사 대표를 맡게된 직후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57·불구속 기소)과 안 전 수석 등에게서 연락이 와 두려웠다"고 했다. 또 "이런 연락과 만남 등을 계기로 최씨의 힘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생각하게 됐고, 나중에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아 이용당하지 않도록 빨리 빠져나와야겠다고 결심을 굳혔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또 "회사 설립 전후로 최씨가 제게 'K스포츠재단은 영리사업을 할 수 없어 자회사 성격의 더블루K를 만든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정부 주도로 대기업에서 774억원을 출연한 공적 재단을 통해 최씨 측이 사익을 추구하려 했다는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주장이다.
최씨가 기업들에 '갑(甲)질'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일반적인 경우 돈을 주는 기업이 갑, 서비스를 제공하는 더블루K가 을(乙)의 입장인데 최씨는 그 반대였다"는 것이다. 이어 "지난해 1월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저(GKL)와 펜싱팀 창단 등을 협상하다 제가 사업안을 수정하려 하자 '제안서를 GKL에 던져줘야지 왜 요구를 받아오느냐'며 심한 질책을 들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사업 진행이나 회사 운영 방식과 관련해 "모든 사안에서 최씨의 지시를 받았고 최씨가 서명날인을 거부해 주로 말로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또 "각종 사업 기획안은 최씨 요구대로 만들었다"며 "최씨는 완성된 기획안을 세 부씩 복사해 앞면에 제 명함을 끼운 뒤 어디론가 가져갔다"고 말했다. 앞서 황창규 KT 회장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더블루K의 용역사업과 관련해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 개별면담에서 박 대통령이 건네준 서류 봉투 안에 제안서가 들어있었다"고 진술했다.
[정주원 기자 / 박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