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들을 중심으로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13일 국제금융센터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증권사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잇따라 2% 초반대으로 낮춰놓은 상태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각각 2.4%, 2.3% 성장에 그칠 것으로 봤고, 심지어 노무라는 2.0%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의 성장률 전망치 2.5%보다 낮다.
해외에서 한국 경제를 보는 시선이 그만큼 싸늘한 셈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통화전쟁'이 본격적인 미·중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탄핵 정국도 불안요소다. 거기다 정부는 지난해 세수가 사상 최대폭 증가했지만 올해 예산을 지난해보다 2조원(0.5%) 늘린데 그쳤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글로벌 수요의 회복 제약이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라면서 "정치적 혼란으로 정부의 대응여력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정책마저 확장적이지 않기 때문에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기업 구조조정, 주택담보대출심사 강화 등에 따른 내수 부진으로 성장이 낮게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결과 이들 IB들은 한은이 올 해 기준금리를 최소 한 차례에서 최대 세 차례까지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한은이 3분기까지 매 분기마다 0.25%포인트씩 내려 기준금리가 1분기 연 1.00%, 2분기 0.75%, 3분기 0.50%까지 낮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와 노무라, HSBC, JP모건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사상최저수준인 연 1.00%까지 낮춰 연말까지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국내에서도 '4월 위기설'도 불거지고 있다. 한국 경제가 대외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사드 보복으로 휘청거리고 안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만기 도래 회사채를 갚지 못하는 등 대기업이 부실화되는 내우외환 속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올 해 자국 기준금리를 세 차례에 걸쳐 인상할 것을 시사하면서 글로벌 자금 유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최근 국내 경제가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살아나는 상황에서 지나친 비관론은 금물이라는 입장이다. 한국 경제 전망이 당장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들만큼 어둡지 않다는 얘기다. 기업과 가계의 심리가 위축돼 있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수출과 설비투자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과 설비투자는 지난 1월 한은이 올 해 한국경제가 2.5% 성장이 가능하다고 내다본 주요 근거였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수요가 여전히 확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긴 어렵지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한국 주력 산업의 활황 사이클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전세계적인 활황 국면에 들어선 반도체 산업의 경우 자동차 등 여타 제조업과 달리 국내 설비투자로 직접 연결되는 측면이 있어 '수출 호조→설비투자 증가'의 선순환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계적인 IT 수요 회복세가 IT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의 35%에 육박하는 한국에 숨돌릴 여지를 마련해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수출은 지난해 11월부터 넉달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1일~10일 수출액도 대폭 늘어났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2월 1~10일 수출액은 151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8% 급증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 수출이 워낙 안 좋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있지만 지난 연말부터 회복세가 확연한 상황이다. 수출은 지난해 11월 전년 동기 대비 2.5%, 12월 6.4%, 올 1월 11.2% 늘면서 점차 증가폭을 확대하고 있다.
설비투자도 지난해 3분기까지 역성장(3분기 누적 -4.2%)하다 4분기 들어 6.3% 늘면서 성장률 방어에 1등공신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의 반도체 생산 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경기가 좋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한은이 당장 추가적으로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가계와 기업의 경기 전망이 악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와 대비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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