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씨와 그 측근들이 나눈 전화통화 녹취파일이 막바지로 치닫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새로운 뇌관이 될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측 대리인단은 이른바 '고영태 사단'의 K스포츠재단 장악 구상이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녹취파일에 등장하는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 증인신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회 소추위원단측은 해당 파일이 탄핵심판의 본질엔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다며 조속한 결론을 주장하고 있다.
녹취파일 관련 증인신청 수용 여부에 따라 탄핵심판 일정과 향후 대선 향방이 또다시 영향받는 만큼 이르면 14일 헌재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대통령측 관계자는 13일 "고 씨의 측근인 김수현씨가 녹음한 녹취파일들은 이번 사건의 본질을 다시한번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중대사안으로 판단된다"며 "핵심 파일들을 변론장에서 직접 틀어 대화의 뉘앙스를 공유하고 필요하면 파일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을 증인으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 씨가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최순실씨를 움직여 재단을 장악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만큼, 그 진상을 당연히 파악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며 "고 씨와 최 씨가 일방적인 상하 수직관계였는지, 고 씨가 최 씨에게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관계였는지가 중요하고 그래서 그 두 사람의 관계 규명이 필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것은 고 씨에 대한 검찰 조서다. 고 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최순실에게) 절대 꿀리지 않는다. 나는 (최씨에게) 좋지도 않은 머리, 무겁게 왜 달고 다니느냐는 말도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이 검찰 조서에 기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6일 최씨 재판에서 최씨측 이경재 변호사가 언급했다. 이 변호사가 고씨 발언을 지적하자 고씨는 "오히려 그 말은 최 씨가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그렇다면 이 자리(재판장)에 나온 검사가 조서에 주어와 목적어를 거꾸로 적은 것이냐, 검사가 허위로 조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잠잠하던 여당도 박 대통령측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소속 김진태·윤상직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기·공갈 등 7개 죄목을 가진 고영태를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고씨와 김수현씨간 대화에서 고 씨가 '(K스포츠)재단의 부사무총장으로 들어가 우리가 장악하는 거지'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 "고영태와 측근들이 재단에서 돈 좀 빼려고 해도 잘 안됐고, 사람을 어떻게 하려고 해도 잘 안됐다"면서 "이것은 재단이 객관적으로 유지됐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과 윤 의원은 고씨를 향해 사기미수와 사기·절도·국회 위증 등 혐의를 제기했다. 박 대통령 측은 또 이날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66·사법연수원 5기)을 대리인으로 추가 선임했다.
대통령 측이 녹음파일을 근거로 헌재에 공개검증을 요구하거나 녹음파일을 녹취록으로 바꿀 시간을 달라고 할 경우 탄핵심판 기일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헌재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대통령 측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헌재가 지난 9일 양측에 종합 준비서면을 23일까지 제출하라고 통보하고, 증인 불출석시 재소환 불가 방침을 밝히는 등 강한 변론 종결 의지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재판부가 심판 지연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회 소추위
[남기현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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