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14년이 지났지만 참사 유가족 상당수가 여전히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2·18 안전문화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10월∼12월 지하철 참사 유가족 44가구를 대상으로 첫 심리 상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71%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증세를 일주일에 5번 느낀다는 응답자도 23%에 달했다.
주로 60대인 이들은 참사 이후 지금까지도 지하철을 못 타고 있거나 현관문을 제외한 집안 모든 문을 열어놓고 생활하는 등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일부는 사회생활을 거의 하지 않고 스스로 고립 상태로 지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가운데 응답자의 78%는 고혈압, 뇌졸중, 심장질환 등 각종 질병이나 음주로 심신 상태가 위험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족이 겪는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 30%가 '잃은 가족 그리움'이라고 답했다. 이어 '추모사업 진행 미비'(25%), '책임자 처벌 미흡'(9%) 등으로 조사됐다.
앞으로 대형 재난이 발생할 때 개선해야 할 점으로는 '투명한 사고원인과 책임소재 조사'(17%)를 가장 많이 꼽았다.
재단은 당초 전체 유가족 192가구를 조사할 계획이었으나 연락이 닿지 않는 등 이유로 44가구만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김태일 2·18 안전문화재단 이사장은 "유가족들은 아직도 잃어버린 가족 등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후회하고 죄책감도 느끼고 있다"며 "유가족뿐 아니라 사고 때 부상으로 신음하는 피해자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지하철 화재 참
[대구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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