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댐을 비롯한 중부 지역의 봄가뭄 예고는 조류독감(AI)·구제역 파동으로 타들어가는 충청 지역 농심에 '엎친데 덮친격'이 되고 있다. 보령시 주산면 신구리에서 고추와 콩을 재배하는 이 모씨(53·여)는 "올 겨울 내내 비다운 비가 내린 기억이 없다"며 "2년 전 최악의 가뭄으로 영농기 모가 빨갛게 타들어갔던 악몽이 되살아날까 매일 밤 마음을 졸이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다른 농민 양모씨는 "여기서 한시간 거리에 있는 충북 보은 지역만 해도 최근에 조류독감(AI)에 구제역까지 덮쳐 축산업이 엉망이 됐다"며 "농산물까지 망치게 되면 농가들은 설 곳이 사라질 것"이라고 한탄했다.
대규모 간척지 인근 농민들의 걱정은 더욱 크다. 보령시 주산면 화평리와 증산리 등 간척지에 만들어진 논밭은 마른 땅 밑에서 염분이 올라오기 때문에 가뭄 피해에 더욱 취약하다. 농업용수를 인근 부사호와 보령댐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이 지역 농민들은 올해 극심한 겨울가뭄으로 보령댐 수위가 낮아지자 영농철 충분한 물 공급이 가능할지 마음을 졸이고 있다. 임장순 주산농협 조합장은 "염분이 섞인 부사호 물만으로는 벼농사를 지을 수 없기 때문에 보령댐에서 물을 충분히 흘려보내주지 않으면 벼 육묘부터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 겨울은 저기압이 주로 한반도 북쪽으로 지나가면서 수증기 함유량이 적어 비가 많이 안 내렸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전망은 더 암울하다. 김성묵 기상청 전문예보분석관은 "3월까지는 찬 대륙고기압이 한반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면서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등 당분간 가뭄이 해소되기는 어려운 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분석관은 "4월에도 제주도 남쪽 해상에 저기압이 지나면서 남부지방에는 비가 내리겠지만 충남 서부지역은 남쪽을 지나는 저기압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어 가뭄이 해갈될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다"고 예상했다.
2년 전 큰 봄가뭄이 왔을때 일부 댐의 직원들이 '기우제'까지 지내는 일이 빚어졌는데 2년전 악몽이 재현될 조짐이다.
봄가뭄 위기는 이미 수도권까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현재 수도권 최대의 용수 공급원인 충북 충주댐 수위가 124.90m에 저수율 37.7%를 기록해 저수율이 사흘째 40% 아래로 떨어졌다. 충주댐의 이 같은 저수율은 2008년 이후 10년 동안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수도권 농업용수 공급의 신경망 역할을 하는 저수지도 타들어 가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에 따르면 경기본부 관리 저수지 117곳의 16일 현재 평균 저수율은 69%(평년 저수율 89%)로, 전국평균 저수율 74.4%보다 낮은 상황이다. 이중 심각단계인 저수지는 화성시 기천저수지, 안성시 마둔·금광·두창저수지 등 4곳으로 가뭄대책이 절실하다. 심각단계는 평년대비 저수율이 50% 이하인 상태를 말한다.
봄가뭄 위기로 관계당국의 수자원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신동헌 충남도 환경녹지국장은 "4월 이전에 농업용수를 최대한 비축할 계획"이라며 "용수원 개발, 송수시설 확충, 저주시 준설 등 149개 사업에 정부와 함께 117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충남도는 지난해 금강(백제보)과 보령댐 상류를 연결하는 도수로(21.9㎞)가 준공됨에 따라 가뭄 '경계'단계 진입시 하루 최대 11만5000㎥의 물을 공급할 예정이다. 그러나 만성적 물 부족 사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으로 추가 수자원 확보와 절수(節水)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봄 가뭄 빈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근본 대응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4대강 활용을 비롯한 용수원 다각화 △천수답의 밭 전환 유도 △광역수리시설의 전면적 개보수 △상시 가뭄 대응체계 마련과 부처간 협업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김현식 수자원공사 통합물관리처장은 "물 부족 지역과 여유지역을 잇는 연결사업을 통해 물 이용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며 "지역 맞춤형 소규모 댐과 다목적 저류
[서울 = 전정홍 기자 / 보령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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