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균제로 태어난 최강독가스 VX? 어떻게 발전했는가
↑ vx 가스/사진=연합뉴스 |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의 시신에서 검출됐다고 밝힌 신경성 독가스인 'VX'가 어떤 경로로 살인 무기로 발전했는지 관심이 쏠립니다.
VX는 현재까지 알려진 독가스 가운데 가장 유독한 신경작용제로 수 분 만에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맹독성 물질입니다.
VX는 실온에서 호박색의 유성 액체로 존재하고, 특별한 맛이나 냄새가 없지만 호흡기·직접 섭취·눈·피부 등을 통해 인체에 흡수되면 사린가스보다 100배 이상의 독성을 발휘합니다.
영국 가디언과 말레이시아 뉴스트레이츠타임스 등은 VX가 어떤 경로로 제조돼 살인무기로 발전했는지 24일(현지시간) 집중 조명했습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에 따르면 VX가스는 지난 1952년 영국 최대 화학기업이었던 제국화학산업(ICI)의 화학자 라나지 고시가 처음 개발했습니다.
애초 살충제 목적으로 만들어진 VX가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자 영국은 VX의 상업적 연구와 사용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이에 영국군은 VX의 제조법을 미군에 넘겼고, 미국은 1961년부터 본격적으로 VX의 대량생산에 나섰다.
VX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화학무기로 쓰였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1988년 당시 이라크는 50t이 넘는 VX를 생산했는데 사담 후세인 정권이 이를 반정부 세력인 쿠르드족의 근거지에 살포해 수천명을 사망케 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되자 유엔은 1991년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687호를 통해 VX가스를 대량살상무기(WMD)로 분류했습니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만이 VX를 보유한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등 몇몇 국가들이 비밀리에 VX를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가디언은 전했습니다.
1993년 유엔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은 100g이 넘는 VX를 생산·비축할 수 없도록 규정했고, CWC의 회원국인 미국과 러시아는 이에 따라 비축분의 소량을 폐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국제사회의 규제와 달리 2013년 9월 공개된 프랑스 정보기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도 화학무기의 일종으로 수십t의 VX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 지난 1995년 일본 옴진리교 지하철 테러 사건 때도 옴진리교를 탈퇴한 신도들과 반대파를 암살하는 데 VX가 사용됐습니다.
VX에 노출된 이들 중 1명은 결국 사망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한편 북한은 화학무기 개발 의혹을 계속 부인해왔지만 전문가들은 CWC의 비회원국인 북한이 다량의 VX를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군축관련 비정부기구(NGO)인 핵위협방지구상(NTI)은 북한이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2천500∼5천t에 달하는 화학무기를 보유 중이라며 이중엔 VX도 포함됐다고 주장했습니다.
NTI는 "북한이 자체적으로 화학무기 대부분을 생산할 수 있다고 것을 남한 정부도 잘 알고 있다"며 "북한은 최대 1만2천t에 달하는 화학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사린과 VX와 같은 맹독성 신경작용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VX가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1996년 영화 '더 록'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미국 해병 여단장인 프랜시스 허멜 장군은 극비 군사 작전 중 전사한 장병들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며 치명적 살상용 화학가스인 VX가 장착된 미사일을 샌프란시스코에 발사하겠다고 미국 정부를 위협합니다.
영국 BBC 드라마 '아이 스파이 애포칼립스'에서도 도 VX가 이용된 테러 위협이 소재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VX는 이번 김정남 사건에 사용된 유력한 독극물 후보에 오르면서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독가스 테러는 1995년 발생한 옴진리교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살포사건입니다.
신흥 종교집단이었던 옴진리교는 지난 1995년 3월 20일 출근시간에 도쿄의 18개 지하철역 구내에서는 사린 가스를 살포했고, 이로
사린가스는 나치 독일이 2차 세계대전 중 개발한 무색무취의 독가스로, 폐와 신경조직에 큰 손상을 입힙니다.
옴진리교 테러는 전후 일본에서 발생한 공격 중 가장 큰 피해를 야기해 일본을 비롯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