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극기 집회 25일 오후 시청 앞 서울광장 인근에서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2017. 2. 25. [한주형 기자] |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단체들의 태극기가 물결쳤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후 변론기일인 27일을 이틀 앞두고 열린 집회다.
서울 중구 시청 앞 광장 일대엔 낮 12시쯤부터 지방에서부터 집회 참가자들을 싣고 온 전세버스 수백 대가 몰려와 극심한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대구·부산 등에서 올라온 60~70대 노인들은 집회 이유를 일종의 '인정 투쟁'이라 말했다. 국정농단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특검과 좌파단체들 '촛불시위'로 탄핵을 강제로 밀어 붙이면서 박대통령이 실제 잘못 이상으로 책임을 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힘없고 나약한 대통령을 보면서 6·25 전쟁 이후 힘겹게 자식세대를 키우고 국가 발전에 이바지 해왔지만 무력해진 우리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선배세대들의 노력과 공로까지 깡그리 짓밟지 말고 인정할 건 인정해 달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주도로 시작된 집회 호국선열에 대한 묵념과 애국가 제창으로 시작됐다. 연단에 선 사회자는 "저 촛불을 든 어린 아이들을 보라. 20년 뒤 대한민국 공산화가 되는 꼴을 어떻게 보겠나"며 "이게 바로 우리가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선 이유"라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 대부분은 50대 이상 장·노년층으로 보였다.
집회 자원봉사자인 김모씨(63)는 취재진에게도 태극기를 나눠줬다. 김씨는 "수사가 아닌 협박과 횡포를 저지르고 있지 않냐"며 "젊은 사람들이 세상을 제대로 볼수 있도록 언론이 도와달라"며 호소했다.
보수 인터넷 매체인 '조갑제닷컴'은 '박대통령 법률 대리인인 정기승·김평우·조원룡 변호사의 변호 준비서면 전문'을 책자로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 표지에는 "단원제 국회가 적법절차를 무시하고, 헌법재판소가 편파적 심리로 단임제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법치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입니다"라고 적혀있었다. 이어 사회자는 "이 시각 인파가 남대문을 가득채웠다"며 "남대문을 넘어 서울역과 용산까지 애국 시민이 몰려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오후 3시께 취재진이 직접 남대문 방향 길을 가본 결과 수백여명의 인파가 자리 잡고 있을 뿐 서울 광장 앞 프라자 호텔과 웨스틴 조선호텔 앞은 대부분 비어있었다.
다만 대한문 옆길 방향까지는 꽤 많은 인파가 빽빽히 들어서 있어 지난 주와 비슷한 인파 수준으로 보였다. 사회자가 "이 곳에 계신 분들은 지금 속히 서울역으로 이동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다수 집회 참여자들은 최근 특검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에 대해서도 강한 반감을 표시했다. 일부 참가자는 차량에 "기업이 죽어간다. 대신 저질 국회의원과 여성 모독죄로 표창원 의원을 구속하라"고 쓰여진 대형인쇄물을 부착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매주 3남매가 나란히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는 홍영자(67·여) 씨는 "난 박사모도 아니고 정치에 전혀 관심 없었다"며 "박 대통령이 물러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젠 우리 세대 전체에 위기의식이 팽배해져 집회에 나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홍씨는 "가족들끼리 단체 채팅방에서도 우리 의견을 표하는 글을 올리면 조카나 아이들이 모두 '노 코멘트'하면서 외면한다"며 "잘못된 전교조 교육 때문에 가족들까지 갈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광장 한켠에선 정부의 국정교과서 사용을 위한 서명운동도 벌어지고 있었다. 서명을 받고 있는 보수단체 회원은 "기존 검정교과서는 천안함 침몰(도발주체 불분명)이라 써있고 올바른(국정)교과서는 '북한에 의한 천안함 피격' 으로 표시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일부 참여자들의 과격한 행동으로 인한 돌발사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집회 시작에 즈음에 해 한 노인이 무대 주변에서 휘발유를 갖고 있다가 현장 경찰들에게 제재를 받고 휘발유를 빼앗겼다. 경찰 관계자는 "특별한 위험 행동은 없지만 혹여 돌발 사태를 우려해 집회에 소지가 불가능한 휘발성 물질을 회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회 현장에선 고려대학교 깃발도 눈에 띄었다. 연단에 오른 강모씨는 "우리는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구국동지회"라며 "작금의 사태를 도저히 보고 있을 수 없어 일어나기로 했다. 좌파 종북 세력들에게 절대로 정권을 넘겨줄 수 없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황순민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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