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고후 도주` 강정호 1심서 징역형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미국 프로야구 선수 강정호 씨(29·피츠버그 파이리츠)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조광국 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강 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 판사는 "강 씨가 음주운전 중 일으킨 사고로 가드레일 파편이 도로에 떨어지는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별다른 조치 없이 사고현장을 빠져나가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조 판사는 또 "강씨는 이미 음주운전으로 두 차례의 벌금형을 받았는데도 또 다시 같은 범죄를 반복했다"며 "벌금형으로는 더 이상 경고 기능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벌금을 구형했는데도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한 것은 이례적이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열린 공판에서 강씨에게 벌금 1500만 원을 구형했다.
당초 검찰은 재판없이 형을 선고하는 약식명령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정식재판을 열기도 했다
강 씨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당초 약식명령으로 끝나는 줄 알고 비자를 신청했다.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을 받을 경우 비자 문제가 어떻게 될 지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강씨는 재판이 끝난 후 "죄송하고 많이 반성하고 있다"는 짧은 말만 남긴 채 굳은 표정으로 법정을 빠져나갔다.
강 씨는 지난 2015년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해 지난해 21개의 홈런을 기록하는 등 활약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술에 취한 상태로 외제 승용차를 운전하다 서울 삼성역 사거리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강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정지 수치인 0.084%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삼진아웃' 제도에 따라 이번에 면허가 취소되기도 했다. 강 씨는 재판 출석 문제로 지난달 18일부터 시작한 팀의 스프링캠프에 불참해왔다.
한편 사고 직후 강 씨를 대신해 자신이 운전을 했다고 허위 진술한 혐의(범인 도피)로 함께 기소된 친구 유 모씨(29)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박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