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와서 힘들게 학업을 이어갔지만 공부하고 싶어 이곳에 온 목표를 어느 정도 이룬 듯 합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어릴 때부터 늘 열심히 공부하라고 하셨던 부모님의 꿈도 이뤄 드린 것 같아 마음이 조금은 편해집니다."
탈북자가 3만명에 이르는 시대에 북한 이탈 주민 출신 첫 법학박사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바로 2001년 한국 땅을 밟은 송현욱 씨(48)이다. 그는 지난달 연세대 법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박사논문 주제는 '통일 이후 북한 고용제도의 재편에 관한 연구'이다. 과거 통일 독일의 사례를 분석해 통일 한국에 적용시킬 수 있는 기업의 고용 모델을 제시한 논문이다.
17년 전 가족을 남겨둔 채 홀로 남한 행을 선택한 송현욱 씨는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 시절 대학을 다니며 기계학을 공부했다. 당시 친인척이 있는 중국 연변을 몰래 방문했던 경험이 탈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에서 자본주의가 움트는 모습을 보고 북한 체제에 크게 실망한 것이다. 북한에 돌아간 후에도 중국의 발전된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학업에 열중하지 못했다. 북한 체제가 주는 배고픔도 괴로웠지만 20대에 새로운 세상을 접한 그에게 시작된 정신적 방황은 수 년간 그를 고통스럽게 따라다녔다.
"북한에서 공부하던 기계학 공부가 적성에 맞지는 않았습니다. 그 때도 법학이나 철학 등 인문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그런 전공을 선택하려면 출신 성분이 매우 좋아야 했죠.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에겐 기회가 없었습니다."
학문에 대한 열정은 뜨거웠지만 늦은 나이에 한국의 젊은 친구들과 공부를 하는 건 쉽지 않았다. 북한의 학력을 인정받아서 국내에 있는 사립대 경영학과에 편입했지만 남북한 간 학문의 격차는 매우 컸다. 뿐만 아니라 팀별 과제나 리포트를 작성하는 과정 역시 그에게는 낯설기만 했다.
"한 때 방황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죠. 주차관리요원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한국에서 내가 살아갈 길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법학을 공부해야겠다는 현실적인 생각이 들었던 건 한국에서 당한 사기 사건의 영향도 컸습니다. 모든 것을 혼자 도맡아 소송을 진행하다보니 힘든 점도 있었지만 생활의 모든 것이 법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매력적인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탈북자에게 일자리나 학업을 전혀 배려해주지 않는 한국 사회에 섭섭함을 느끼기도 했다"며 "이제는 이와 같은 경쟁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통일 이후 일자리 문제에 있어서도 사회적 갈등을 막기 위한 모델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이번 박사논문에 담았다"고 말했다.
박사논문으로 이제 겨우 하나의 문턱을 넘었다고 말하는 송 씨는 탈북자로써 훗날 존재할 통일 한국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장은 공부하느라 생긴 학자금 대출도 계속 갚아나가야 하고요, 멀게는 학문적인 성과를 더 많이 내고 싶습니다. 현재 탈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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