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언제로 할지를 두고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7일 선고일을 발표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8일 오후 4시 30분이 넘어가도록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8일 헌재에 따르면 재판관 8인은 이날 오후 3시부터 평의를 시작해 격론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선고 일정은 안갯 속이다. 헌재가 전날에 이어 이날도 합의점을 빠르게 도출하지 못하자 헌재 안팎에서는 탄핵심판 일정을 둘러싼 각종 추측이 나돌고 있다.
탄핵심판 기류에 중대한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물론 8일 평의가 끝나고 선고기일이 공개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이날 발표가 끝내 무산된다면, 그 동안 유력하게 거론됐던 '10일 선고' 가능성은 급격히 낮아지게 된다. 헌재 역사상 주요 사건의 선고기일이 선고 하루 전 통보된 사례는 없기 때문이다.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때도 이틀의 여유는 남기고 날짜와 시각이 확정됐다.
선고일이 10일 이후로 미뤄질 경우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55·사법연수원 16기)이 퇴임하는 '13일 전 선고'마저 담보할 수 없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재판부 내부에 격론이 벌어지고 있는 징조라면, 선고 연기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실제로 선고일이 이변 없이 정해지면 박 대통령 측이 헌재에 낸 변론재개 신청은 자동으로 기각된다. 앞서 김평우 변호사(72·사법시험 8회)가 '8인 재판관 체제'를 문제 삼으며 선고를 늦춰달라 요구한 바 있다. 김 변호사는 이날도 헌재 정문 앞에서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하면서 "헌재는 8인의 '불임 재판부'다" "산수도 못하면서 고등수학을 푸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했다. 9일 체제가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주장이다.
한편 선고일이 정해지면 탄핵 여부를 담판 짓는 재판부 마지막 평의는 선고 직전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에는 선고 전날 오후 재판관들이 마지막 평의를 가진 뒤 밤에 결정문을 돌려봤지만, 이번에는 보안을 위해 선고 당일 표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문이 사전 유출될 경우 헌재 결정을 둘러싸고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선고 당일에는 이 권한대행이 '2016헌나1' 사건번호와 사건개요를 먼저 읽으면서 절차를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 이 권한대행이나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58·14기)이 다수의견 결정 이유를 밝히게 된다. 단, 재판장이나 주심이 소수 의견을 냈을 경우에는 다수의견을 낸 재판관 중 최선임 재판관이 결정이유를 낭독할 것으로 보인다.
파면·기각·각하 등 박 대통령의 운명을 좌우할 주문을 가장 마지막에 나온다. 탄핵 인용일 경우에는 "피청구인을 파면한다"고, 기각일 경우에는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고 선언하는 식이다. 2004년과 달리 주문 낭독에 앞서 소수의견도 공개될 전망이다. 2005년 헌재법이 개정되면서 결정문에 재판관 의견을 반드시 실명으로 표시하도록 바뀌었기 때문이다. 소수의견도 다수의견과 마찬가지로 재판관 중 최선임 재판관이 결정 내용과 이유를 밝혀야만 한다.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때는 소수의견 내용은 물론이고 몇 대 몇으로 의견이 나뉘었는지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헌재법에 탄핵심판에서의 의견 공개와 관련된 규정이 없었고, 국론이 두갈래로 분열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재판부 결정이었다.
다수의견, 소수의견, 주문까지 낭독이 끝나면 결정의 효력은 즉시 발휘된다. 탄핵이 기각되거나 각하될 경우 박 대통령은 곧바로 직무에 복귀한다. 탄핵이
선고 전 과정은 생방송으로 전국에 중계될 전망이다.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을 반영해 전국민이 지켜볼 수 있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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