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면에 사는 김 모씨(68)는 두 달에 한번 꼴로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는다. 과거 서울대병원에 기부한 인연으로 정밀 검진을 저렴하게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김씨가 서울에 올 때 이용하는 교통 수단은 KTX다. 아무래도 자가용을 타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행기를 타자니 김포공항에서 서울대병원까지 1시간 가량 걸리는 것이 문제다. 김씨는 "KTX가 가장 빠르긴 하지만 중간에 서는 역이 많아 모든 이동시간을 더하면 3시간 정도 걸린다"면서 "병원 예약 시간은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정차역을 줄이고 빠르게 이동한다면 편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르면 오는 8월부터 김씨처럼 서울과 부산을 자주 왕복하는 승객은 2시간 이내로 이동할 수 있다.
KTX와 SRT 고속철이 종점까지 이동할 때 중간에 서지 않는 무정차 고속철을 대폭 도입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9일 선로배분심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고속철 운영 계획을 확정했다. 무정차 고속철을 도입하면 김씨처럼 예약 시간을 고속철 도착 시간에 자유롭게 맞출 수 있는 사람들이 혜택을 입을 전망이다. 무정차 고속철은 목적지까지 한번에 가면서 이동 시간은 크게 단축하지만 중간에 내리는 승객이 타지 않아 수익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하루에 많이 편성해도 서울~부산의 경우 1~2회만 편성할 수 있어 정해진 이용 시간에 맞출 수 없으면 아예 다른 시간대에 타는 것이 낫다. 한마디로 김씨처럼 예약 시간을 비교적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은 무정차 고속철 이용 시간에 맞춰 예약하면 편리하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역(수서역)에서 부산역까지 2~7개 정차하면 2시간15분~2시간48분 가량 걸린다. 하지만 무정차역으로 서울~부산을 주파하면 2시간 이내로 이동할 수 있다. 심지어 고속철 호남선 용산역~광주송정역의 경우 1시간25분 안으로 주파할 수 있다. 현재 서울~광주송정역 이동 시간은 몇 곳 정차하느냐에 따라 1시간 30분~1시간 50분 가량 걸린다. 주종완 국토부 철도운영과장은 "국토부는 여러 노선을 유연하게 만들어 다양한 승객 수요를 소화할 수 있게 기본 계획을 마련했다"면서 "오는 8월까지 코레일과 SR의 노선 계획을 받아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고속철 이용객 가운데 대전역, 동대구역을 이용하는 승객도 앞으로 이동 시간이 대폭 단축될 전망이다. 그동안 경부선 서울~부산 구간의 경우 대전역, 동대구역을 한꺼번에 모두 정차하도록 설계했으나 한곳만 서고 종점까지 가는 '1회 정차 열차'도 도입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서울역~대전역, 서울역~동대구역을 이용하는 승객은 '무정차 고속철'을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국토부는 3개 이하 역에서 정차하는 고속철 노선 비중은 현재 15% 수준에서 20%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구체적인 고속철 편성 시간과 편수는 8월까지 수요 조사를 거쳐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고속철과 무궁화호, 새마을호를 갈아타는 승객들도 이동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 고속철이 직접 닿지 않는 지역은 환승 대기시간을 20분 수준으로 낮춰 지하철처럼 철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편한다. 무궁화호 및 새마을호 시간과 고속철 도착 시간이 맞지 않아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할 때가 많아 이용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고속철이 지연 도착할 가능성까지 고려할 때 환승 대기 시간은 20분이 적합한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이 안에 환승할 수 있는 고속철 비중을 70%로 높이고 내년부터는 이를 점차 높여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고속철의 이동 속도가 빨라지면 국내선 비행기와 본격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동할 경우 비행기를 타면 비행시간은 50분 정도다. 하지만 서울 시내에서 김포공항까지 가려면 길이 막히면 1시간 넘게 걸릴 수도 있어 앞으로 국내선 비행기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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