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9일 법조계와 교육계, 종교 및 예술계의 지도자와 원로들은 "헌재 결정에 승복하고 갈등을 치유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힘을 모으자"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정성진 전 법무부장관(77·사법시험 2회)은 "정치적 이해관계나 개인적 선호에 관계없이 한국의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크게 봐야 한다"며 "어느 쪽이든 절대적으로 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제1호 헌법연구관과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변호사(63·사법연수원 17기) 도 "정치권이나 사회 지도층 모두 이념이나 가치관을 떠나 통합의 길로 가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이 상처를 딛고 한걸음 도약할 수 있는 통합의 길로 가는 가교에서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상명 전 검찰총장(66·7기)은 "양측이 결과를 받아들이고 화합해야 갈등을 봉합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성숙한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 원로들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김신일 전 교육부총리는 "헌재 결정 바탕 위에서 빨리 우리 사회를 안정시키고 정부도 제 기능을 되찾아야 할 것"이라며 "이제부터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집중해야할 때"라고 밝혔다.
이영무 한양대 총장은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선 모두가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그동안 촛불과 태극기, 진보와 보수 등으로 극명하게 분열된 사회의 간격을 좁히고 모두가 받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법조인 출신인 부구욱 영산대 총장은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입각한 법치주의가 우리나라의 근간이고 그속에 헌법재판소란 제도도 있는 것"이라며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지 않을 때 전체 법질서가 부정될 수 있다"며 염려했다. 부 총장은 "헌재 재판관들이 대한민국이 미래를 위해 현명하고 지혜로운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믿는다"며 "더이상 사회혼란이 계속돼선 안된다. 탄핵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헌재의 결정에는 일단 승복하고,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해 나가면서 국가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은 "헌재 결정에는 무조건 승복해야 한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성숙된 민주주의의 모습을 보여주고, 앞으로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데 힘을 모아야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종교계도 헌법재판소 결정을 존중할 것과 화합의 장으로 나아갈 것을 주문했다.
개신교 교단협의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명의로 된 호소문에서 "재판관은 법관으로서의 소신과 책무에 따라 판결하는 것뿐이며, 결론으로 가는 과정에는 치열한 대립이 있었다 할지라도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더 나은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호소했다.
천주교 주교회의도 김희중 대주교 명의 호소문에서 "헌재가 법치주의의 건재를 입증하는 공정한 판결로 법치주의 실현과 민주주의의 도약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며 "엄정하게 이뤄진 판결에 불복하는 극렬한 대립과 갈등은 파국을 향한 광란의 질주일 뿐"이라며 판결 이후 혼란을 염려했다. 주교회의는 또 "헌법에 입각한 공정한 판결을 수용하는 일은 진정한 민주주의 성숙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불교조계종도 선고 당일 오후 2시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스님) 명의로 국민화합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원로시인이자 예술원회원인 신경림 시인은 "이번 일이 나라를 반듯하게 세우는 중요한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제한뒤 "법치국가에서는 어떤 헌재 결정에도 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시인은 또 "이번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얼마나 많은 국력낭비가 있었는지 한심할 지경"이라며 "더 이상의 혼란과 불안은 이제 그만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신달자
[허연 문화전문기자 / 정슬기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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