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뇌출혈로 죽어가는데…경찰, 계모에 '부작위 살인죄' 적용
↑ 사진=MBN |
경찰이 지적장애가 있는 9살 의붓딸을 화장실에서 밀어 다치게 한 뒤 장시간 방치해 숨지게 한 30대 계모에게 '부작위 살인'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16일 지적장애 3급인 의붓딸 A(9·여)양을 밀쳐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계모 손모(34·여)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부모로서 마땅히 자녀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A양이 위험에 처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숨지게 된 점을 고려, 미필적 고의에 의한 부작위 살인죄를 적용했다"고 말했습니다.
미필적 고의란 직접적인 의도는 없었지만, 범죄의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예상했음에도 범행을 저지른 것을 말합니다.
경찰은 애초 손씨를 상해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했으나 보강 수사를 통해 적용 죄명을 살인죄로 바꿨습니다.
경찰은 전날 오후 7시부터 약 4시간 동안 손씨를 상대로 2차 피의자 조사를 벌였습니다.
조사에서 경찰은 지적장애가 있는 딸이 머리를 심하게 다쳤는데도 12시간 가까이 방치한 이유를 집중적으로 추궁했습니다.
전날 술에 취해 횡설수설했던 1차 조사와는 달리 손씨는 2차 조사에서 변호사 입회 아래 비교적 차분하게 사건 당일 행적을 진술했습니다.
사건 당일 손씨는 A양이 욕조에 부딪히면서 머리를 심하게 다쳤는데도 12시간 가까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방에 눕혀놓고 방치했습니다.
경찰은 손씨가 딸이 위험에 빠진 것을 알고도 제대로 구호 조처를 하지 않은 정황이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손씨는 전날 오전 7시 30분께 청원구 오창읍 아파트 화장실에서 A양의 가슴을 손으로 밀쳤습니다.
균형을 잃은 A양은 쓰러지면서 욕조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쳐 크게 다쳤습니다.
손씨는 A양 학교 담임교사에게 이날 오전 8시 40분께 문자를 보내 '아이가 아파가 학교에 못 갈 것 같다. 병원에 데리고 가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이날 오후 3시 30분께 손씨는 이미 숨져 몸이 굳기 시작한 A양을 발견했습니다.
의붓딸이 숨졌지만, 손씨는 경찰이나 119에도 신고하지 않았고 출근한 남편 B(33)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울먹이기만 했을 뿐 A양이 숨진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손씨는 A양을 방치한 채 인근 슈퍼마켓에 가서 소주와 맥주를 사와 마셨습니다.
남편 B씨가 이날 오후 6시 53분께 퇴근해 딸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뒤였습니다.
119구급대는 숨진 A양의 코와 입에서 출혈 흔적을 확인했습니다.
병원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경찰은 숨진 A양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습니다.
지난해 국민적 공분을 샀던 '원영이 사건'과 관련, 계모·친부도 살인죄가 적용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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