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학이 아닌 일반대학은 보통 4년이면 졸업을 하지만, 지금 웬만한 대학엔 5학년이 있습니다. 그것도 1만 3천 명이나 되죠. 이들은 학점 등 모든 졸업 조건을 갖추고도 졸업을 하지 않는 '졸업유예생'입니다.
1998년 IMF 당시 대졸 실업자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건데, 취업난이 심해진 2010년 이후 급속히 늘고 있죠. 학생들 입장에선 졸업생보다 재학생 신분으로 취업에 도전하는 게 유리하니 '울며 겨자먹기'로 졸업 유예를 신청하는 겁니다.
그런데 졸업을 연기하려면 돈을 내야합니다. 졸업 유예제가 있는 대학 중 절반은 의무적으로 추가 수업을 듣게 하거든요. 학점별로 적게는 50만 원에서 1백만 원. 그런데 또 일부 대학은 '수업은 듣지 않아도 된다'면서도 '졸업 유예비'만은 꼬박꼬박 받고 있습니다.
황당하게 들리지만, 대학도 할 말은 있습니다.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도서관 등 시설물도 관리해야하고, 졸업유예자가 많을수록 대학 평가가 좋지않아 국가 재정지원이 줄어드니 이들로부터 돈을 받아야한다는 거죠.
학생은 일자리가 없어 졸업을 미루고, 대학은 평가에 연연해 학생에게 돈을 받고, 정부는 취업률로 학교를 평가해 돈줄을 죄고, 기업 역시 취업에 꼭 필요한 인턴과 공모전은 재학생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니 다람쥐 쳇바퀴같은 이 악순환을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요.
혼자는 안 되죠, 아니 못 하죠. 정부와 대학, 기업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대학 5학년'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서로에게 미루기만 한다면 그 끝은 절대 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