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출국심사 , 남녀 구별도 못한 `엉터리`

국가보안시설인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여성이 남성의 여권을 가지고 출국심사대를 통과한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27일 법무부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3일 오후 2시께 지적장애 2급인 A 씨(25·여)가 남자친구 B 씨(35)의 여권과 탑승권을 들고 일본 오사카행 선박에 탑승했다. A씨는 이날 출국 심사과정에서 아무런 제지를 당하지 않았고 일본에 무사히 도착했다. 테러, 마약, 밀입국 등 범죄를 예방하고 대처해야 할 보안시설이 출국자의 성별도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A 씨는 전날 모친의 신고로 경찰에 실종 접수가 돼 있는 상태였지만 법무부 등 출국 심사요원들은 이를 가려내지 못했다.
A씨의 행적은 A씨가 일본에 간다며 선박 내에서 촬영한 사진을 가족에게 보내면서 드러났다. 경찰 실종팀이 오사카 현지 입국심사장에서 타인 여권 소지 혐의로 선박에서 보호조치를 받던 A 씨를 가족들에게 인계했다. 법무부는 이 때까지만 해도 남자친구인 B 씨가 배에 탑승한 것으로 알고 B 씨의 행방을 알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여객터미널은 공항과 마찬가지로 보안요원이 여권과 탑승권 등을 토대로 철저하게 탑승객의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 이런 책임이 있는 법무부와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이번 일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법무부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출입국 심사라는 것이 순간이기 때문에 이 순간을 놓쳐 이런 일이 발생했으며 어쨌든 우리 기관의 실수"라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이 수개월 간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은폐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부산항의 허술한 보안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7월에는 중학교 3학년 학생이 부산세관 뒤편 철문 아래 틈으로 들어가 부산세관, 출입국관리사무소, 국제여객터미널 등 부산항 주요 기관과 시설을 휘젓고 다녔다. 이 학생은 일본행 국제여객선에 몰래 승선했다가 4시간여 만에 붙잡혔다. 당시 경찰은 관련 기관에 보안대책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