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런 말 함부로 못하죠. 되려 아이들에게 '아무나 믿으면 안 된다'는 말을 더 많이 하게 되죠.
'40대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했다', '50대 남성이 아파트 복도에서 이웃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최근엔 '17세 미성년자, 그것도 소녀가 8살의 이웃집 아이를 유괴하고 살해해 시체를 훼손했다', 이들은 원래 범죄자도 아니었고 특별히 나쁜 사람들도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이 조현병 환자들이었습니다. 망상이나 환청으로 인한 정신질환으로, 과거엔 정신분열증이라고 불렸죠. 지난해 온 국민의 공분을 샀던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오패산 총격 사건'의 범인들 역시 이 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국내 조현병 환자는 50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그 중, 병원 치료를 받는 이는 5분의 1 정도. 나머지는 병을 숨기거나 모르는 상태로 방치돼 있습니다. 이미 범죄를 저지른 환자를 포함해서 이들 모두 제대로 된 치료나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는거죠.
조현병은 치료만 제대로 하면 관리가 잘 되는 병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1년 이내 재발할 확률이 60~70%, 2년 이내엔 90%에 육박할 정도로 무서운 병입니다.
그런데 이를 어쩌죠. 다음 달 말, 개정된 정신건강 복지법이 시행되면 조현병 같은 중증 정신질환자 2만 명이 사회로 나올 수 있게 되거든요.
강제 입원 환자의 인권 문제가 불거지자 입원 조건을 까다롭게 한 건데, 문제는 사회로 나온 환자들이 제대로 된 관리를 받을 곳이 없다는 겁니다. 전국에 있는 정신건강 증진센터엔 전문 인력이 1,000명도 되지 않아 한 명당 80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는데다, 환자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병원 입원 여부를 판단하는 임무를 전문가가 아닌 경찰에 맡긴다니 기가 막히죠.
2015년 기준으로, 범인 검거율은 97%에 육박합니다. 하지만 그럼 뭐합니까, 범죄를 예방하는 게 더 중요한 거죠. 경찰이 정신 질환자의 범죄까지 예방하는 게 가능할까요.
사각지대에 놓일 이들을 제대로 관리할 시스템을 구축하는 건, 국가가 해야할 최소한의 일입니다. 언제까지나 우리 아이들에게 '세상을 믿지마라'고 할 순 없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