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 주민과 친박(친박근혜)단체가 '태극기 집회' 장소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총궐기 운동본부'(이하 국민저항본부)가 지난 2일 봉하마을 안에서 태극기집회를 열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국민저항본부는 이날 1시간가량 확성기를 동원한 집회를 열었다. 태극기집회가 봉하마을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었다.
마을 주민은 휴일 갑자기 열린 집회를 지켜보며 적잖은 불만을 쏟아냈다. 특히 마을에 노인들이 많아 대형 확성기에서 쩌렁쩌렁 울려 퍼진 집회 소음으로 고통을 호소했다.
마을 주민은 집회가 끝난 즉시 회의를 열고 자체 대책을 마련했다. 주민들은 이날 바로 경찰서에 찾아가 태극기집회가 열렸던 장소에 4월 한 달간 집회신고를 냈다. 친박단체들이 아예 이곳에서 집회를 못 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승구봉 봉하마을 이장은 "노인들이 많은 마을에 요란한 집회로 너무 시끄러워 집회신고를 먼저 냈다"고 말했다.
국민저항본부는 주민들이 먼저 집회신고를 하자 마을에서 4㎞가량 떨어진 진영읍 내 서어지공원에 집회신고를 했다. 오는 9일부터 4주간 일요일 집회를 이곳에서 열기로 했다.
이 공원은 지난 2일 태극기집회를 하고 행진을 한 뒤 마무리집회를 한 곳이다. 국민저항본부 측은 오는 9일 집회를 지난번과 역순으로 진행하겠다고 집회신고를 냈다.
이정진 국민저항총궐기 경남본부장은 "누구나 허용된 장소에서 집회를 열 수 있고 표현의 자유가 있다"며
경찰은 양측간 충돌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일 봉하마을 태극기집회 후 행진 과정에서 집회 참가자가 승강이를 벌이던 여고생 뺨을 때려 물의를 빚는 등 돌발상황이 발생한 바 있다.
[디지털뉴스국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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