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연속 세계 공항 서비스 평가(ASQ)를 주름잡으며 공항 서비스 표본으로 자리매김한 인천공항이 스스로 왕관을 내려놓기로 했다.
13일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출입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제2여객터미널 개장 등 현안에 집중하기 위해 서비스 평가 기관인 ACI(국제공항협의회)에 올해 평가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잠시 '휴지기'를 갖기로 한 것이지만 사실상 '출구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인천공항은 ASQ 10연패를 하며 명예의 전당에 오른 2014년에도 출구전략을 시도했었다.
정 사장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ACI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 이사회 및 총회에 이사 자격으로 참석해 이 같은 뜻을 공식 전달했다.
ACI측은 정 사장 의견을 들은 뒤 오는 10월 모리셔스에서 열리는 ASQ 시상식에서 2016년도 '글로벌 랭킹 1위'를 한 인천공항에 '아시아 태평양 최고공항상' '여객 4만명 이상 대형공항 최고공항상' '아시아 태평양 대형공항 최고공항상'에 이어 특별상을 추가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ACI가 ASQ 최다 기록 공항에 특별상을 수여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천공항은 ASQ 공식 평가에는 불참하지만 공항의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비공개 평가는 계속 받기로 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ASQ 평가는 계속 받되 경쟁부문에서는 빠지는 형태가 될 것"이라면서 "순위와 상관 없이 공항 서비스의 질을 계속 점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2001년 개항한 인천공항은 서비스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ACI가 평가하는 ASQ의 룰을 바꿀 정도로 막강한 위상을 자랑해왔다. 2005년 공항업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ASQ 종합부문 1위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12년 연속 왕좌를 지켜온 것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수하물·밀입국 사태 등 역대 최악의 위기를 딛고 1위를 수성해 경쟁공항의 부러움을 샀다.
1993년 IATA(국제항공운송협회)가 제정해 시행해 온 ASQ는 2004년 ACI가 공동 주관자로 참여하다 2005년부터는 ACI가 단독 주관하고 있다. 매년 지역별 7개 부문, 여객 규모별 6개 부문, 서비스 혁신 부문, 모든 부문을 아우르는 세계최고공항상 등 15개 부문을 시상해 왔다. 그러나 인천공항이 2005년부터 7년 연속 1위 자리를 차지하자 미주, 유럽 지역 공항에서 시샘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ACI는 2012년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제24회 세계총회에서 종합평가 부문에 해당하는 '세계최고공항상'을 폐지하고, 수상부문을 지역·여객 규모별로 재조정했다. 당시 공항업계에서는 ASQ 7연패를 한 인천공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란 평가가 나오기도 했었다. 이후 세계최고공항상은 폐지됐지만 글로벌 랭킹은 계속 공개돼 인천공항이 세계 1위 공항이란 사실을 세계에 공표해왔다.
정 사장은 ACI 공식 회의에서 ASQ 발전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5점 만점으로 판단하는 ASQ 평가의 변별력 문제와 서비스외 다른 요인도
정 사장은 "ASQ는 소숫점 이하에서 순위가 결정돼 변별력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ASQ 평가를 받는 목적도 순위가 아니라 경쟁력 강화에 있다"면서 "차별화를 위해서도 서비스외 다른 요인을 종합평가하는 방안으로 개선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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