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전 산업은행장(72·구속기소)에게 부당대출 민원을 넣어달라는 명목으로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55) 측에게 5500만원의 현금을 건넸다는 구체적인 법정 증언이 나왔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 심리로 열린 강 전 행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13회 공판에서 원 의원의 지역구인 평택에서 중소기업 W사를 운영했던 박 모씨는 이같이 말했다.
특히 이날 재판에서는 박씨가 원 의원의 보좌관인 권 모씨(구속기소)에게 어떻게 현금을 전달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이 나왔다. 권씨는 박씨에게 부당대출을 알선한 혐의(알선수재)로 이미 구속기소됐으며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과 추징금 5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박씨는 2013년 9월 산업은행으로부터의 490억원대 대출이 성사되자 감사의 뜻으로 권씨에게 2500만원을 건넸다고 말했다. 그는 "2000만원은 금박 포장을 해서 원 의원에게 전달하라고 했으며, 500만원은 편지봉투에 넣어 '보좌관님 개인 용도로 쓰시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5만원권으로 (원 의원에게 줄) 2000만원을 상의 안주머니에, 500만원을 다른쪽 안주머니에 넣어서 권 보좌관을 만났다"며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말했다.
박씨는 앞서 2012년 10월에는 원 의원과 권 보좌관을 직접 만나 산은의 대출을 부탁했다고 밝혔다. 그는 "빈손으로 가기가 이상해 현금 3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가지고 갔고, 원 의원이 먼저 자리를 뜨자 보좌관에게 이를 건넸다"고 했다. 박씨는 "원 의원과 강 전 행장의 평소 친분을 듣고 권 보좌관을 통해 원 의원을 만났다"고 말했다.
이후 W사에 대한 산은의 대출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박씨는 "당초 산은이 대출이 어렵다고 얘기했었는데, 원 의원을 만난 이후 산은의 대출 심사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돼 '원 의원이 잘 얘기를 해줬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원 의원은 박씨와 만난 후 강 전 행장을 독대했고 W사는 높은 부채비중에도 불구하고 산은으로부터 490억원대 대출을 받았다.
결국 W사에 대한 대출 총액은 '연결 대출'까지 포함해
다만 원 의원은 이같은 불법 대출 알선 의혹에 대해 "지역구 기업의 민원을 해소해줬다"는 입장이다. 원 의원측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보좌관의 범행도 몰랐다"고 밝힌바 있다. 이날 오후 원 의원은 재판에 직접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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