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호서대 아산캠퍼스의 한 입주기업 실험실은 시커먼 연기로 뒤덮여 아수라장이 됐다. 이곳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3층 건물 전체를 모두 태운 뒤 2시간 만에 꺼졌다. 화재는 연구원 3명이 화합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현장 연구원들이 즉각 대피하면서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실험실에 있던 아세톤, 헥산 등과 같은 화학 물질들로 인해 자칫 대형사고로 번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지난 2010년에 이 대학에 위치한 폭발방지 실험실에서는 가스 사고가 발생해 교수 1명이 숨졌다.
지난해 11월 서울 관악구 서울대 차세대자동차연구센터 2층 실험실에서 발생한 화재는 불과 17분만에 컴퓨터 20여대와 고가 실험장비를 태우고 약 2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불이 화학 약품이 많은 인근 실험실로 옮아 붙었다면 폭발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화재가 발생하기 1시간 전까지도 이곳에서 연구원들은 자동차 엔진 연료 분사장치 실험을 하고 있었다.
각종 위험 화학물질을 다루는 대학 실험실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가 급증하고 있지만 안전장비·대책 관련한 정부 예산은 오히려 '역주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 실험실의 경우 사고 발생시 폭발이나 인체에 치명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유해물질, 가연성 독성 가스 등으로 인해 대형사고로 번질 우려가 높다. 특히 최근 몇년간 '고위험 연구실' 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데도 대학 실험실은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교육부가 올해 국립대 실험실 안전환경 개선을 위해 요청한 194억의 예산은 기재부에서 전액 삭감당했다. 해당 예산은 세월호 참사 이듬해인 지난 2015년 안전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빗발치자 반짝 편성됐다.
당시 교육부는 '국립대 실험실 안전환경 기반조성 사업'으로 39개 국립대학과 2개 법인화된 국립대학 등 41개 대학에 1606억원을 투입했다. 학생과 교수가 안전하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게 그 취지였다. 이 예산은 인명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유해물질이나 가연성·독성 가스 사고를 차단 장비를 비롯해 화재시 폭발방지 시스템 확충에 883억원을 우선 지원했다. 그러나 지난해 지원금은 250억원으로 80%넘게 삭감됐다. 올해는 아예 예산 자체가 사라졌다.
문제는 사라진 예산과 반대로 사고 빈도는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것. 미래창조과학부가 조사한 연구실 안전사고 발생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3년 97건이었던 대학 실험실 안전사고는 2016년 210건으로 두 배이상 늘었다. 소방방재청 등에 신고된 대학 실험실 내 화재 폭발 사고는 전국적으로 연간 약 100여건에 육박한다. 이틀에 한번 꼴로 연구실에서 안전 사고가 발생하고 3일에 한번씩 실험실에서 불이 난다는 얘기다.
'고위험 분야' 연구실에 대한 우려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고위험 분야 연구실은 화학약품, 독성가스, 고압가스 등을 사용하는 연구실을 말한다. 최근 몇년간 여러 가지 분야를 한꺼번에 다루는 융합연구가 늘면서 위험 분야 연구실은 2012년 2만1956개에서 2015년 4만 2788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예산을 쥔 기획재정부는 당장 시급한 문제는 해소됐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1월 예결위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기재부제2차관은 "실험실 안전환경 조성사업은 2년간 한시사업으로 진행했다"며 "시급한 실험실 환경 안전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가 됐다"고 말했다. 반면 이준식 교육부총리는 "별도의 예산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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