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불청객' 미세먼지가 신록의 계절을 앞두고 펼쳐지는 각 학교의 체육대회와 야외 현장학습 풍경도 바꿔놓고 있습니다.
미세먼지 문제가 날로 이슈화되고 특히 올해는 교육당국이 한층 강화된 대응 지침을 내려 각 학교는 행사 당일 미세먼지 수치가 높을 것을 대비해 대체 계획을 세우는 등 고민에 빠진 모습입니다.
27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초구에 있는 우솔초등학교는 어린이날을 맞아 다음달 1∼2일 축하공연, 팝콘과 솜사탕 선물하기, 인형탈 쓰고 학생 맞이하기, 학년별 체육대회·놀이마당 등 '특별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미세먼지 우려로 학년별 체육대회·놀이마당 행사는 강당, 체육관과 같은 실내에서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짜놨습니다.
전 학년이 강당과 체육관을 한꺼번에 쓸 수는 없는 만큼 학년별로 2∼3시간씩 나눠 강당, 체육관을 이용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2일 오전 등교 시간에 마련할 팝콘과 솜사탕 선물하기, 인형탈 쓰고 학생 맞이하기 등의 이벤트입니다.
최미연 교감은 "어린이날을 축하하려고 교장 선생님과 제가 직접 교문에서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팝콘과 솜사탕을 만들어 주는 행사를 기획했다"며 "아이들이 굉장히 기대하고 있는데 미세먼지가 심하면 취소해야 해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주까지 학년별로 진행된 봄 체험학습도 올해는 미세먼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애초부터 실외·실내 활동 병행이 가능한 곳으로 장소를 잡았다고 최 교감은 전했습니다.
최 교감은 "교사들이 스마트폰 앱을 깔아놓고 수시로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한다"며 "1학년이 양평으로 체험학습을 갔을 때도 미세먼지 측정 수치가 애매하게 나와 바로 실내로 들어가서 활동을 하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다음달 1일 어린이날 기념 운동회를 여는 서울 신대림초도 미세먼지에 대비해 야외 행사를 대체할 수 있는 체육관과 교실 공간을 미리 확보해뒀습니다.
이 학교 임광택 교감은 "전교생이 참여하는 마당놀이 형식의 운동회를 준비했는데 만약 미세먼지가 심하면 전원 실내로 들어가 행사를 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강당, 체육관 등 실내 체육시설이 있는 학교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학교는 더욱 고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 광진구에 있는 용마초는 다음달 1일 학부모와 함께하는 어린이날 기념 운동회를 열 예정인데, 전날 미세먼지 예보가 '나쁨' 이상으로 나오면 행사를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실내 체육관 시설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정숙 교감은 "미세먼지 수치가 높으면 일단 5월8일로 연기하고, 8일에도 수치가 높게 나오면 취소하려고 한다"며 "교사들 사이에서 마치 기우제를 지내듯 미세먼지 없도록 제사라도 지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정 교감은 "작년까지는 가을에 운동회를 하다가 올해에는 되도록 많은 학부모가 참여하도록 5월1일 근로자의 날에 잡았다"며 "미세먼지 때문에 내년부턴 다시 가을에 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학교 관계자들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체육 시간인데 미세먼지 탓에 차질이 많아 아쉽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아침마다 미세먼지를 측정해 '오늘은 야외 수업 못 하겠다'고 하면 아이들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현장학습은 대부분 버스 대절 등을 미리 예약해서 하는데 성수기 때는 취소와 재계약도 어렵다"며 "실내 행사를 주로 하거나 학생들에게 마스크를 씌우고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교육부는 최근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이상이면 야외수업을 자제하도록 지침을 강화해 각 시도 교육청에 안내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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