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MBN |
최장 11일에 달하는 징검다리 황금연휴에 많은 이들이 여행을 떠나며 일상의 휴식을 즐기고 있지만, 취업 준비생의 마음은 속절없이 타들어 갑니다.
남들이 마음 편히 놀 때 조금이라도 더 공부해야 한다는 불안감, 빨리 취직에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 등이 어우러진 20∼30대 청춘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습니다.
석가탄신일을 하루 앞둔 2일 서울 서초구 구립 반포도서관은 오후 2∼3시께 낮임에도 불구하고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공부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모습이었습니다.
한낮 기온이 25도를 웃도는 초여름 날씨에도 4층 열람실은 저마다 수험서를 펼쳐 든 취준생으로 꽉 찼습니다.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이들은 옥상 정원에서 책을 펼쳐 들었습니다.
이서현(26·여)씨는 "먼저 취업한 친구들이 연휴에 해외 간다고 SNS에 올리는 것을 보면 마냥 부럽다. 연휴에 노는 것이 가족에게 미안해 이곳에 공부하러 왔다"고 말했습니다.
영어학원 등이 밀집한 강남역 주변 커피숍에도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두꺼운 책을 넘겨보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서호준(24)씨는 "6월 지방직 공무원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서 이번 황금연휴에는 고향인 대구에 가지 못할 것 같다"면서 "답답한 게 싫어 카페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광진구의 한 스터디 카페에서도 7∼8명 남짓한 취준생들이 공부에 전념하고 있었습니다.
책상 위에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나 토익 수험서를 올려둔 이들은 아무 말 없이 책장만 넘겼습니다.
카페 관계자는 "내일부터 연휴 기간이지만 함께 공부하는 스터디룸은 예약이 어느 정도 찬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들 역시 연휴와 상관없이 묵묵히 시험 준비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습니다.
'D-○○'를 벗어나 어서 직장인의 '휴무'를 느끼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했습니다.
공시생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카페 등에는 "다들 연휴 좋아하는데 나만 싫다", "5월 연휴 남 이야기네요", "다음 주 너무 연휴네요" 등 긴 연휴를 원망하는 듯한 글도 보였습니다.
혹여 긴장감이 풀어질세라 공부 시간을 인증하는 단기 스터디를 구하는 경우도 있었고, 평소 공부하는 도서관이 휴무라 어디서 공부해야 할지 정보를 구하는 글도 종종 눈에 띄었습니다.
학원가가 밀집한 서울 노량진 일대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한 손에 책을, 다른 한 손에는 무릎 담요와 텀블러 등을 들고 학원으로 향하는 수험생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한 경찰공무원 전문학원에 들어서자 복도와 계단마다 수험생들로 가득했습니다.
수험생 신모(25·여)씨는 "다른 사람들이 쉰다고 해서 기분따라 나도 공부를 쉬면 그에 따른 죄책감이 오래간다"면서 연휴 기간에 경기도 성남 집에 갈 거냐는 질문에 "미안해서…"라며 말을 흐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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