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를 지시했다. 전날 수석비서관 오찬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재수사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힌 데 이어, 박근혜 정부의 상징적 교육정책인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를 주문한 것이어서 전임 정부 내 '적폐'들을 하나씩 도려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이날 오후 청와대 위민관 집무실에서 '국정교과서 정상화 업무지시'에 서명하고, 상식과 정의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역사교육 정상화를 위해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역사교과서는 구시대적인 획일적 역사 교육과 국민을 분열시키는 편가르기 교육의 상징"이라며 "이를 폐지하는 것은 더 이상 역사교육이 정치적 논리에 의해 이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위해 문 대통령은 교육부가 2018년부터 적용예정인 국·검정 혼용체제를 검정체제로의 전환을 즉각 수정고시할 것을 지시했다. 또 검정교과서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제반 사항을 점검하여 조치할 것을 당부하며, 검정 교과서 집필기간 확보를 위해 현행 2015교육과정 적용시기 변경을 위한 수정고시 등을 지시했다. 당초 새 교육부장관과 신임 장관들로 구성된 새 국무회의에서 이를 이행하도록 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한층 속도감 있게 이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지시에 따라 현 이준식 교육부 장관이 즉각 장관 고시(중·고교 역사과목에 국정 교과서를 두도록 한 규정)을 개정하고, 국무회의에서 시행령(학교장이 국·검정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 규정) 개정을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자신의 결정을 스스로 뒤집어야 하게 된 셈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내년 사용 목표로 집필 중인 중·고교 검정 역사교과서 적용 시점도 2019년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정교과서와 동일한 편찬기준에 따라 제작되고 있고, 지난해 말 교육부의 갑작스런 국·검정 혼용 방침 결정으로 개발 기간이 짧아 '부실 교과서' 염려가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국정교과서 폐기는 문 대통령 취임 후 곧바로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높은 교육공약으로 지목돼 왔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기간 중 발행한 정책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에는 '이명박·박근혜 9년 집권 적폐청산'의 네번째 공약으로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지하고 교육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겠다'고 기재돼 있다. 공약집은 구체적으로 ▲다양성 보장을 위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법률로 금지 ▲중·고등학교 입시와 관련 없는 과목부터 점직적 교과서 자율발행제 추진 ▲교육과정개정위원회 설치해 교과서 국·검·인정제 결정의 교육민주성 보장 등의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청와대는 아울러 입시와 관련없는 과목부터 점진적으로 자유발행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1990년부터 교과서 검열 제도를 폐지한 핀란드의 '교과서 자유발행제'를 모델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과서 자유발행제가 도입되면 교사들은 자유롭게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고, 한 가지 교과서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교과서를 비교하며 가르칠 수도 있다. 또 다양한 자료가 수업에 동원되기 때문에 교과서에 맞춰 진도를 나간다는 개념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박근혜 정부의 상징적 교육정책과도 같다. '좌편향' 교과서를 바로잡고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관과 대한민국 정통성 확립시켜준다는 명분으로 지난 2015년부터 도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역사관의 다양성을 해칠 것이란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과 맞물리며 사실상 '빈사상태'에 빠졌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현장검토본 역시 친일·독재 미화와 사실관계 오류 등 논란을 낳았다.
교육부는 '2017년 3월부터 전국 모든 중·고교에 국정 역사교과서를 전면 적용한다'는 애초 계획에서 한발 물러서 올 3월부터 희망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국정교과서를 시범사용하고, 2018년 3월부터 국·검정 혼용제를 도입한다고 밝혔지만 반응
[이호승 기자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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