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산불을 비롯해 올해 전국에선 모두 4백50건이 넘는 산불이 났습니다.
지난 한해 발생한 산불이 4백 건이 좀 안 되는데, 올해는 건조한 날씨 탓에 이미 이 수치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그럼 대비는 제대로 되고 있을까요?
이정호 기자가 서울 주변산들에 설치된 산불 진화장비 보관함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서울의 홍릉공원.
산불 진화장비 보관함을 열어 봤습니다.
▶ 스탠딩 : 이정호 / 기자
- "석 달 전에 관리상태를 확인했다는 점검표가 무색하게도 먼지가 두껍게 쌓여 있습니다."
개인 진화장비인 등짐펌프를 꺼내 펌프질을 해봤더니 먼지가 끼어 움직임이 뻑뻑하고,
언뜻 보기에도 불을 끌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소화액이 힘없이 분사되거나, 심지어 소화액이 전혀 안 채워져 있는 것도 있습니다.
▶ 인터뷰 : 공원 이용객
- "점검한 사람이 책임져야지. 점검해서 (소화액이) 없으면 채워서 넣어야 하잖아요."
다른 보관함에는 갈퀴나 삽처럼 산불이 났을 때 바닥을 헤집을 장비가 전혀 없습니다.
산불감시초소는 근무 중인 직원 없이 굳게 잠겼고,
초소 바닥에는 폐기된 소화기들이 나뒹굽니다.
▶ 인터뷰(☎) : 금천구청 관계자
- "상주하는 인력은 없고, 돌아다니면서 계도를 하고 다니는 거죠."
북한산국립공원에 있는 보관함에는 등산객은 아예 손 대지 말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불은 공단 직원이 끌 테니 등산객은 신고만 하라는 겁니다.
초기 진화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 인터뷰(☎) : 박청웅 /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직원들만 사용할 것이 아니라 국립공원을 찾는 일반인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장비와 안내문으로 보강조치가 될 필요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보관함이 초동대처가 생명인 산불 위험을 키우고 있습니다.
MBN뉴스 이정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