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두 번째 업무 '국정교과서 폐기'…역사교과서 검정체제로 유턴
↑ 국정교과서 폐지 / 사진=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취임 후 두 번째 업무지시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를 지시하면서 내년부터 중학교 역사와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검정체제로 '유턴'하게 됐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2015년 말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밝힌 지 약 2년 만입니다.
교육부는 검정체제 전환을 시작하고, 새 검정교과서를 기존보다 1년 늦춘 2019학년도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교육부는 "새 정부 공약과 대통령 지시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중등(중학교·고등학교)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지하기로 하고 관련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하는 등 개정 절차를 조속히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국정교과서 폐지 지시 방침을 밝힌 지 4시간여만에 '국정교과서 폐지 결정'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지시 이행에 곧바로 착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입니다.
교육부는 보도자료에서 "지난해 12월27일 중등 역사교과서를 국·검정 혼용제로 전환한 역사교과서 발행체제를 새 정부 출범 첫 교육정책으로 검정제로 환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중·고교 역사교과서를 검정체제로 바꾸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쟁점을 정리하고 있다"며 "여러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언제부터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검정교과서를 쓸지 결정하고, 이후 관련 고시를 손질하는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행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 구분 수정 고시'는 중학교 사회(역사①/②)와 고교 한국사 과목에 국정과 검정교과서를 함께 두도록 했습니다.
검정체제로 전환하려면 이 고시를 역사·한국사 과목에 검정교과서만 두도록 수정해야 합니다.
고시는 통상 20일 이상의 행정예고 기간을 두고 국민의 의견을 취합하지만 특별한 상황에서는 이 기간을 정부부처가 단축할 수 있습니다.
법령 개정처럼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지 않은 데다 차관 전결 사항이므로 내각 구성이 늦어지더라도 고시는 이른 시일 안에 수정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국정교과서를 대체하게 될 새 검정교과서를 언제까지 개발하고, 언제부터 학교 현장에서 쓰느냐입니다.
현재 중·고교 1학년이 쓰는 2009 개정 교육과정 검정교과서는 올해까지만 쓸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반영해 내년(2018학년도)부터 일선 학교에서 사용할 중학교 역사①과 고교 한국사 교과서 개발 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각 출판사의 심사본 제출기간은 8월 3일로 석달이 채 남지 않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만들어진 집필기준을 다시 손보고 교과서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개발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과, 이미 교과서 개발을 시작했으므로 기존 일정에 맞춰 진행하는 것이 공정성과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어 검정교과서 개발 일정 자체가 안개에 싸여 있는 모습입니다.
검정교과서 개발 기간을 늘린 뒤 교과서 적용 시기를 내년이 아닌 내후년(2019학년도)으로 미루려면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 고시 외에 2015 개정 교육과정 고시도 수정해야 합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2018학년도부터 중·고교 1학년이 새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를 쓰도록 정하고 있는데 역사·한국사 과목만 한 해 늦은 2019학년도부터 새 교과서를 쓰도록 예외를 둬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2018학년도에는 기존 교육과정(2009 개정 교육과정)을 따르는 현재의 검정교과서를 계속 쓰게 됩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현장 상황이나 교과서를 집필중인 출판사의 소송 가능성 등 여러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새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폐지 결정"을 발표한 교육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
국정교과서를 폐지하라는 각계 요구에 꿈쩍 않은 채 정당성을 강조해 온 교육부가 결국 하루 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꾼 꼴이 돼 버렸기 때문입니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 현장을 갈등으로 몰아넣고 교과서 제작에도 수십억원의 혈세를 낭비했는데 사과 한마디 없이 허무하게 끝났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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