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사학비리 사례로 꼽히는 상지대 사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해 김문기 전 상지대 총장(85)이 "상영을 금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에서 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판사 김정만)는 김 전 총장이 다큐 영화 '길'을 연출·제작한 남태제 감독, 박종필 PD 등을 상대로 낸 영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최근 기각했다고 밝혔다. 남 감독 등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후원금을 모아 지난해부터 학내 구성원들의 민주화 투쟁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영화 시놉시스와 홍보문구 등에는 '부정축재와 전횡을 일삼아온 사학비리의 끝판왕' '사학비리의 대명사' '(1980년대 상지대에 대해) 책 없는 도서관, 조교 없는 연구실, 지렁이가 섞여 나오던 학교식당'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김 전 총장이 1992년께 부정입학·공금횡령 등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는 내용과 그가 상지학원 최초 설립자가 아니라는 내용 등도 다뤘다.
이에 김 전 총장은 지난 10일 한 차례 열린 심문기일에 직접 법정에 출석해 "상지대는 내가 피땀 흘려 만든 학교"라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영화에 상지대 설립자인 나를 비판·비난하는 내용이 담겼다"며 "일부 내용이 인격권을 침해하고 명예를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영화는 김 전 총장이 상지학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저질러진 각종 부정행위를 고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돼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인정했다. 지적된 내용에 대해서도 "수사적 과장이나 의견 표현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영화에서 다루는 내용은 오랜 학내 분쟁 과정을 통해 이미 일반인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다"며 "김 전 총장이 이 영화의 상영·홍보로 중대한 손해를 볼 것이라는 점이 증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 전 총장 측은 항고나 추가 소송 제기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 '길'은 이번 사건과 관계없이 계획대로 지난 12일과 15일 학내 구성원 등을 상대로 시사회를 진행했으며 향후 공동체 상영이나 영화관 배급 등을 계획 중이다.
앞서 김 전 총장은 지난해 교육부 감사에서 각종 부당행위가 적발돼 총장직 복귀 11개월 만에 해임됐다. 그러나 사학분쟁조정위(사분위)가 상지학원 정이사 파견을 위해 심의 중인데다 김 전 총장이 해임처분 무효확인 소송 하급심에서 승소하면서 진통은 계속되고 있다. 김 전 총장은 상지대 이사장 시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대선 과정에서 "사분위에서 상지대 정상화 심의를 중단해야 하고 사분위의 권한 등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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