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고가도로를 공중 정원으로.'
지난 45년간 자동차 길로 이용됐던 서울역 고가도로가 꽃과 나무가 가득한 공중 정원으로 단장하고 새로 문을 열 채비를 마쳤다.
서울시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대형 프로젝트인 '서울로 7017'의 공식 개장을 하루 앞둔 19일. 이날 오전 취재진이 미리 방문한 이곳에선 개장 전 마무리 점검 작업이 한창이었다. 안전모를 착용한 인부들은 호스로 물을 뿌려가며 마무리 조경 작업으로 분주했다.
'서울로 7017'은 폭 10.3m, 길이 1024m에 달하는 서울역 앞 고가도로를 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보행길로 바꾼 프로젝트다. 사용하지 않는 철길에 꽃과 나무를 심어 공원을 조성한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파크(High Line Park)'를 벤치마킹했다. 서울로 7017이라는 이름은 '1970'년에 만들어진 서울역 고가를 '17'개의 사람길로 재탄생시켰다는 뜻이다.
서울 중구 만리동 광장에서 서울로 7017의 입구로 들어서자 지름 1.7m에서 4.5m까지 다양한 크기의 화분이 고가 양쪽에 늘어섰다. 길게 뻗은 길을 따라 50과(科) 228종(種)으로 총 2만 4085개의 꽃과 나무가 이름 순서대로 시민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고가에서 내려다본 서울 역사(驛舍)는 꽉 막힌 도심에서 멋진 풍경을 제공했다. 멀리 비치는 도봉·인왕산 봉우리와 색색의 고층 건물들도 조화로운 모습을 연출했다.
다시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똥나무, 좀작살나무, 쪽동백나무, 때죽나무 등 평소에 보기 식물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부레옥잠 같은 수생식물을 키울 대형 수조도 눈에 띄는 등 대형 식물원에 온 듯했다. 보행로 곳곳에 꽃집과 작은 도서관, 인형극장, 벤치, 기념품점 등 편의시설도 정비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20m씩 걸을 때마다 다양한 나무가 모습을 드러냈지만, 구경하는 재미는 얼마 가지 못했다. 27도를 웃도는 뜨거운 뙤약볕 아래 등줄기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보행로에 진입한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옷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정오가 되자 시멘트 바닥에서 나오는 복사열로 체감 더위는 한층 심해졌다.
햇볕을 피할 곳을 찾았지만 녹록지는 않았다. 곳곳에 분수대와 그늘막이 설치돼 있었지만 많은 인파를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서울로 한 가운데, 서울역 광장으로 이어지는 구간에 다다르자 높이 17m, 길이 100m에 달하는 폭포 모양의 대형 조형물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로 7017' 개장과 함께 전시될 예정인 초대형 미술작품 '슈즈트리(Shoes Tree)'다. 형형색색의 헌신발 3만 켤레가 고가도로 위에서 광장 앞으로 쏟아져 내리는 형태였다.
신발들 사이사이 꽃을 심었지만 가까이 다가서자 익숙한 신발장 냄새가 코를 찔렀다. 마무리 설치 작업이 진행 중인 이 작품을 바라보는 일부 시민들은 "흉물인지 예술인지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으며 신기해하는 모습이었다. 이곳 근처에서 만난 핀란드인 세르게이 씨(31)는 "많은 사람들이 서울역을 그저 스쳐지나가지만 이 조형물을 보고는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되는 것 같다"며 "개개인이 그동안 걸어온 길과 현재 발 딛고 서있는 순간의 시공간적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것 같다"고 했다.
퇴계로 방면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고가 도로 아래 꽉 막힌 차량행렬이 눈에 들어왔다. 퇴계로 방면으로 향하는 차량들이 서울역 인근 우회도로로 몰리면서 일대 교통은 다소 불편해보였다. 공원 아래 차량 통행이 많아 맑은 공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았다.
인근 회사에 다닌다는 김대현 씨(31)는 "공원 인근에 회사가 많아 회사원들이 점심에 산책로로 이곳을 많이 찾을 것 같다"면서도 "미세먼지에 모두가 민감한데 도심 도로를 걷는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도 개장에 앞서 이곳을 찾았다. 그는 "시가 진행 중인 보행친화
서울로 7017은 20일 오전 10시 전면 개방된다. 서울시는 개장일에 맞춰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문화 행사를 마련할 예정이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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