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
울산의 한 대기업 근로자 A(59)씨는 올해 초 옛 직장동료 B(50)씨를 우연히 만나 연락을 주고받게 됐습니다.
약 10년 만의 만남이었지만 B씨는 A씨를 살갑게 대했습니다.
B씨의 태도에 검은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A씨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B씨는 지인들과의 식사에 A씨를 초대하는 등 친분을 쌓다가 어느 날 "재미 삼아 화투나 치자"고 제안했습니다.
2월 28일 울산의 한 식당에서 속칭 '아도사키' 판이 벌어졌습니다.
처음에 20만∼30만원에서 시작된 판돈은 어느새 수백만원으로 올라 있었습니다.
이날 A씨는 상당한 돈을 잃었습니다.
이후 도박판은 두 번 더 벌어졌고, A씨는 마이너스통장 대출로 마련한 자금까지 몽땅 날렸습니다.
실제로 잃은 돈이 1억원, "나중에 갚겠다"고 약속하고 도박판에서 빌린 돈이 6천만원에 달했습니다.
A씨는 수상한 기운을 느꼈습니다.
도박할 때마다 정신이 흐릿했고, 심한 갈증을 느낀 기억이 있었습니다.
손이 떨리고 몸에서 힘이 빠지는 증상도 뚜렷했습니다.
도박 후 운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도박판에서 유달리 커피와 맥주를 권하던 C(51·여)씨가 의심스러웠습니다.
A씨는 경찰에 관련 내용을 제보했습니다.
A씨와 경찰은 사기도박을 확인하기 위해 작전을 짰습니다.
네 번째 도박판이 벌어진 5월 15일.
A씨는 식당으로 들어가고, 경찰은 식당 주변에서 대기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도박 중에 C씨는 다시 커피를 건넸습니다.
A씨가 커피잔을 내려놓자 일행 중 한 명이 건배 제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A씨가 커피를 마시지 않자, 이번에는 음료수를 건네며 다시 건배를 요구했습니다.
음료수를 먹이겠다는 시도가 뻔하게 보였습니다.
사기도박을 확신한 A씨는 경찰에게 몰래 연락을 했고, 도박단은 모두 현행범으로 체포됐습니다.
조사 결과 C씨는 그동안 음료수에 필로폰을 타서 A씨에게 건넸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현장에서 수거한 음료수를 분석해 마약 성분을 확인했습니다.
B씨 일당은 A씨의 정신이 흐려지면 판돈을 올린 뒤 서로 짜고 도박을 했습니다.
B씨는 의심을 피하고자 A씨와 함께 돈을 잃는 척했지만, 나중에 일당과 돈을 나누면서 자신의 몫을 챙겼습니다.
사기도박단은 범행대상을 모집하는 속칭 '지게꾼', 도박판에 끌어들이는 '바람잡이', 도박을 하는 기술자(타짜)와 선수, 돈을 빌려주는 '꽁지'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습니다.
특히 타짜 D(65)씨는 손에 화투패 1장을 감추는 속임수로 도박판을 좌지우지했습니다.
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주범 B씨와 마약을 탄 음료수를 건넨 C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타짜 D씨 등 도박판에 가담한 7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조사 결과 B씨와 D씨는 올해 1월 경북 경주의 한 펜
경찰 관계자는 30일 "피의자들은 범행대상 한 명을 정해 도박판에 끌어들이고 마약을 먹여 사기도박을 해 거액을 뜯어내는 등 영화처럼 완벽한 '설계'에 따라 범행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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