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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4년차 정진수(가명·37), 김해영(가명·37) 씨 동갑부부는 최근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했다. 현재 전세살이 중인 이들 부부는 집주인이 터무니없이 전셋값을 올려달라고 성화를 내는 터에 차라리 집을 사기로 했다. 하지만 계약금과 중도금 대출, 기존 전세자금 대출이자까지 허리 펼 날이 없다. 급기야 정씨 부부는 대출 때문에 2세 계획을 기약 없이 미뤘다.
신혼부부들이 나날이 증가하는 주거비용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전세값이 하루가 멀다하게 오르고 내 집 마련을 위한 대출도 정부의 대출 규제로 까다로워지면서 기댈 곳이 마땅치 않다. 곳곳에서는 부모 잘 만난 '금수저'가 차라리 부럽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치솟는 주거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2세 계획을 기약없이 미루는 신혼부부도 있다.
7일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5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에 따르면 15∼49세 기혼여성 9077명을 대상으로 신혼집 마련비용을 조사한 결과, 최근 결혼할 경우일수록 신혼집 한 칸 마련에 비용이 많이 들었다. 주거비용 상승이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평균 자가 구입비의 경우 1995년 이전에 결혼한 기혼여성 부부는 7364만원을 지출했으나 1995∼1999년에는 8519만원, 2000∼2004년 1억1164만원, 2005∼2009년 1억3360만원, 2010∼2015년 1억5645만원이다. 2010∼2015년 결혼한 부부가 1995년 이전에 결혼한 부부보다 2배 이상의 비용을 더 들여 신혼집을 마련한 셈이다.
평균 전세보증금도 비슷한 양상이다. 1995년 이전 결혼 부부는 2339만원을 전셋집 마련을 위해 보증금으로 부담했지만 2010년∼2015년에는 약 1억원(9950만원)이 들었다. 전세보증금이 20년 사이 4배 이상 오른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신혼부부 한 쌍당 평균 대출은 2010년 2505만원에서 2014년 4962만원으로 증가했으며, 이중 집을 사기 위해 받은 주택담보대출은 2010년 1209만원에서 2014년 2692만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이는 통계청이 공공 인구·주택 통계와 민간 신용정보회사의 부채·신용 통계를 연계해 분석한 결과다.
이처럼 신혼부부가 주거비용에 쏟는 부담이 커지면서 출산을 기피하거나 미루는 일도 다반사다. 또 '결혼은 곧 빚'이라는 인식 속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1∼9월 누적 출생아 수는 31만7400명으로, 2015년 같은 기간보다 5.6% 줄어 역대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통계청은 이렇게 저출산이 계속되면 2031년부터 우리나라 절대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혼인 건수는 10년 전
신혼 2년차 김수영(가명·38) 씨는 "결혼 전에는 빚이 없었는데 결혼 후 빚이 늘고 있다. 특히 주거비 부담이 상당해 생활에 여유가 없다"면서 "염두에 뒀던 2세 계획은 자꾸만 미뤄진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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