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이례적인 좌천 인사 후 사의를 밝힌 윤갑근 대구고검장(53·사법연수원 19기)과 정점식 대검찰청 공안부장(52·20기),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51·19기), 전현준 대구지검장(52·20기)이 9일 이임식을 갖고 검찰을 떠났다. 이들은 이임사와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을 통해 떠나는 아쉬움을 밝히는가 하면 일부 '뼈 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윤 고검장은 이날 대구고검 이임식에서 "(검찰은) 바람에 흔들리거나 좌절해서는 안 된다"며 "그것은 국민과 나라의 불행이 된다"고 말했다. 또 "사람은 오고 가지만 국가는 계속 있어야 하고 그 속에 행복하고 즐거운 국민이 있어야 한다"며 "잠시도 검찰은 흔들리면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내부망에 남긴 글에서는 예상 밖 인사를 염두에 둔 듯 "지금 이뤄지고 있는 일련의 조치들이 진정으로 검찰개혁을 위한 것이기를 바라며, 바람직한 검찰을 만드는 길이기를 바란다"는 뼈 있는 말을 하기도 했다.
정 검사장은 이날 이임식에서 "거칠고 힘들더라도 주어진 일을 마다하지 않았고, 편하게 처리하라는 유혹도 있었지만 올바른 결정을 찾으며 숱한 밤을 지새웠다"고 검사 생활을 되새겼다. 또 "능력에 비해 과분한 임무를 부여받아 사회적으로 주목 받는 수사에도 여러 차례 참여할 수 있었다"며 그가 맡았던 사건들을 거론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송두율 교수 사건과 통진당 해산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통합진보당 수사에 이어 해산 논리를 주장한 법무부 위헌정당 TF 팀장을 맡아 헌법재판소 정당해산 결정을 이끌었다.
그는 내부망에선 "마음속의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니 이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며 그간의 갈등과 후련함을 강조했다.
김 검사장은 내부망에서 "이제 헤어져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그동안 나름대로 바른길을 걷고자 노력했지만 부족함이 너무 많았다"면서도 "검찰은 국민이 믿고 기댈 수 있는 언덕 같은 존재여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임사를 통해서도 "제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간을 함께 했던 검찰을 떠나려고 하니 더없이 서운하고 아쉽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검찰구성원 중 일부만이 만족하는 조직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조직에 대한 충성은 조직이 나를 귀하게 여기고 사랑한다는 믿음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검찰 가족을 향한 당부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전 검사장은 이임식에서 "그동안 열정은 있었지만 여러모로 능력이 부족해서, 힘든 시기도 있었고 더할 수 없이 행복한 순간도 많았다"며 23년간 검사 생활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며칠 밤을 새워가면서도 신이 나서 한 수사도 많았고, 피하고 싶은 수사도 없지 않았다"며 "그러나 본인에게 주어지는 업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일해 왔고, 공직을 떠나는 지금 후회 없는 공직생활을 보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시다시피 우리 검찰은 지금 어려운 상황에 있다"며 "이런 때일수록 상황을 비관하거나 낙담하기 보다는 흔들림 없는 자세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여야 한다"고
법무부는 전날 윤 고검장 등 네사람을 사전 예고도 없이 한직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하는 좌천성 인사를 내렸고 이들은 바로 사의를 밝혔다. 청와대가 당사자에게 사전 통보 없이 이처럼 검찰 고위 간부에 대해 좌천 인사를 강행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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