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살해하고 전분 뿌려 현장훼손한 피의자 체포

옛 직장 상사를 흉기로 살해한 뒤 주변에 전분과 흑설탕을 뿌리는 등 현장 훼손까지 시도한 피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런 현장 훼손 방식은 영화 '공공의적'에 등장한 바 있어 모방 범죄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9일 서울 도봉경찰서에 따르면 살인사건 피의자 이모(29)씨가 전날 밤 10시 50분쯤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입구역 인근의 한 모텔에서 붙잡혔다. 이씨는 검거 당시 금품 6300만원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이씨는 지난 15일 오전 2시15분에서 3시 사이 이모(43)씨 집에 들어가 흉기로 이씨를 수차례 찌른 혐의를 받고 있다. 피의자 이씨는 숨진 이씨가 운영하는 인터넷쇼핑몰에서 일하다 최근 그만뒀다. 이씨는 범행 후 증거를 없애기 위해 숨진 이씨의 몸에 전분 등을 뿌린 뒤 이씨 금고에서 6300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같은 회사를 현재 다니고 있는 남모씨도 함께 체포돼 조사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선 남씨가 피의자 이씨에게 '이씨가 술에 취해 있다'고 알린 사실이 확인됐다. 술자리가 파한 사실을 전해들은 피의자 이씨는 피해자 집을 찾아가 범행했다. 피해자 이씨의 자택 현관문 비밀번호는 평소 업체 직원들이 공유하고 있어 쉽게 이씨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피의자 이씨와 남씨는 지난달부터 차명 휴대전화를 개설해 서로 연락을 주고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발견 당시 이씨 몸 위에는 밀가루와 흑설탕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뿌려져 있었다. 이런 현장 훼손방식은 영화 '공공의 적'에 나온다. 경찰관계자는 "피의자 이씨는 정작 영화를 알지도 못한다고 하며 피냄새가 나서 증거인멸을 하려 부엌에 있던 전분 등을 뿌렸다고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을 대상으로 범행 동기를 파악하고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유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