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밤 9시가 넘은 시각 서울의 한 정형외과.
환자들로 가득 차야 할 병실이 텅텅 비어 있습니다.
빈 침대 옆에는 거동에 문제가 없다는 듯 목발도 함께 놓여져 있습니다.
또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강영희 / 기자
- "교통사고로 입원한 환자의 병실입니다. 병상은 비워져 있고, 환자복과 복용하지 않은 약만이 덩그러니 남겨져있습니다."
손해보험협회가 중소형병원을 중심으로 점검한 결과, 대다수 병원에서 이런 부재환자가 확인됐습니다.
심한 곳은 부재율이 50%에 다다릅니다.
대부분 통원치료를 해도 되지만 더 많은 보험금을 타기 위해 일부러 입원하는 속칭 '나이롱 환자'들입니다.
이런 부재환자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의료기관이 환자의 외출 사항을 기록하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병원의 관리 부실로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 병원 간호조무사
- "(프런트가) 통로와 같이 있어야 되는데 그렇지 않다. 저녁에는 제가 6시 30분부터 계속 돌아다니는데 그 사이 나가면 제가 없다는 핑계로 안쓰고 나가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병원측이 진료와 간호기록을 미리 써놓으면서 부재환자 발생을 부추기기도 합니다.
외출한 환자가 병실에서 쉬고 있다고 허위기재하는 것입니다.
인터뷰 : 손해보험협회 관계자
- "외출한 환자가 지금 침대에서 쉬고 있다고 하면 되나. 잘못하지 않았나?"
간호조무사
- "잘못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
- "(기록에 따르면) 내일도 침대에서 쉬어야겠네. 14일도 침대에서 쉬는 것으로 돼 있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로 입원하는 비율은 72.3%. 일본의 평균 입원율과 비교하면 8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손해보험협회는 이런 부재환자로 인해 약 1,800억원에 해당하는 보험금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 고봉중 손해보험협회 부장
- "이런 것들이 확산되다보면 국민 전체 도덕적 해이 문제 있고, 그로 인해 누수되는 보험금이 선량한 보험 계약자에게 역으로 돌아간다."
의료기관의 철저한 관리와 함께 보험금이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수단이 아니라는 인식 변화가 요구됩니다.
mbn 뉴스 강영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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