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강단의 여성 성희롱이나 성소수자 차별·혐오 발언이 여전히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국대 총여학생회는 21일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9일까지 강의 도중 나온 성차별·혐오·비하 발언을 제보받아 문제가 되는 발언을 교내에 대자보로 게시했다"고 밝혔다.
제보받은 발언 45건은 여성혐오(29건)·성소수자 혐오(9건)·장애인 혐오(2건)·인종 혐오(2건)·기타(3건) 등이었다.
한 교양과목 교수는 "지하철에서 화장하는 것은 '몸 파는 여성'이나 하는 일"이라고 말했고, 다른 교수는 "여학생들이 성형을 너무 많이 해서 못 알아볼 때가 많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자보에 따르면 "지하철에서 일부러 여자 승무원이 보이는 곳에 앉는다"고 말한 전공과목 교수와 "수사자는 암사자를 여럿 거느린다, 그게 남자들의 꿈"이라는 발언을 한 교수도 있었다.
대자보에는 "우리나라 여자들이 다 취집(여성이 결혼해 전업주부가 되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을 해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이 낮다"고 말한 발언도 실렸다.
전공 교수로부터 "아줌마들이 민소매에 핫팬츠 같은 걸 입고 다니는 이유는 몸매에 자신이 있어서 보여주기 위해서다"라는 말을 들은 학생도 있었다.
여성 차별과 혐오 뿐만 아니라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혐오발언의 제보도 이어졌다.
"동성애자는 유전적으로 돌연변이"라거나 "동성 커플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번식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반대한다" 등 성소수자 혐오발언도 제보됐다.
학생들은 이어 "수업 중에 장애인 비하 표현인 '병신'이라는 말을 쓴다거나 중국인 유학생을 무시하는 발언도 있었다"고 대자보를 통해 알렸다.
총여학생회는 "강의실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강의자의 폭력적인 발언이 사소한 문제가 아님을 알리기 위해 발언 공개를 결정했다"며 "강의 중 느낀 학생들의 불편함은 '예민한' 사람만의 몫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총여학생회는 이번 조사 결과를 교내 모든 교수에게 발송하고 교내
인권센터 관계자는 "총여학생회의 조사 결과를 받으면 교원들에게 사례를 공유하고 예방교육을 시행해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결과를 검토해 심각한 문제 발언은 신고할 수 있도록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황혜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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