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 교사의 성추행 의혹이 발생한 전북에 있는 여자고등학교의 재학·졸업생들이 "학교측의 '성추행 사실을 몰랐다'는 해명은 거짓"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은 22일 이 사건을 '또 하나의 도가니'로 칭하며 학교측의 사건 은폐 시도를 폭로했다.
이들은 "재학생들이 그동안 A씨의 행각을 신고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며 "교사들은 학생들이 교무실로 찾아와 해당 교사에게 선물을 바치는 모습을 봤으면서도 무시했다. A씨 때문에 괴로워하는 학생들이 우는 모습도 모른 척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앞서 "학부모들이 해당 지역의 교육지원청에 민원을 제기하기 전까지 이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민원을 받은 교육지원청이 학교로 통보하기까지 이 사실을 몰랐다"며 "사실상 학생들이 학교에 말하지 않는 이상 모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북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의 현지 조사 결과 이런 성희롱을 당했다는 재학생만 2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A씨의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성추행, 호불호에 따른 성적·생활기록부 조작, 선물 강요 등이 수년에 걸쳐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한 재학생은 "배구 시간에 A 교사가 뒤에서 내 허리를 잡고 안으며 신체를 밀착했다. 그리고 손을 만지면서 '사랑해'라고 말했다"며 성추행 사실을 털어놨다.
배구수업 중에 '자세를 잡아주겠다'며 허벅지와 팔을 만지고, 청소시간에 갑자기 허리를 잡고 안아 올렸다는 진술도 있었다.
교무실에서 '이쁘다'며 껴안고, 방과 후에 '사귀자'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등의 성희롱 사례도 밝혀졌다.
2년 전 졸업했다는 한 제보자는 "그 교사가 담당하는 댄스부 아이들은 소위 '애인취급'을 당했다. 몇 년 동안 몇백 명의 학생들이 고통받았을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며 성추행이 수년 전부터 광범위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A씨는 또한 학생들에게 공개적으로 "점수 올리고 싶은 사람은 개인적으로 와서 애교를 부려봐라"고 말하고, 특정 학생의 점수를 만점으로 올려주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좋아하는 학생은 점수를 더 주고, 싫어하는 학생은 점수를 깎거나 생활기록부를 좋지 않게 쓰겠다고 협박했다는 진술이 많이 나왔다"며 "교사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A 교사는 선물도 수시로 요구했으며 선물을 주지 않으면 폭언도 일삼았다.
한 졸업생은 "생일이나
한 학생은 또 "기념일을 챙기지 않았던 학급에 대해 단체 기합을 주고 수업을 2주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황혜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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