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혹시 지은 지 100년 가까이 된 건물을 몇 번이나 보셨는지요.
웬만해선 보기가 어려운데, 이런 근대 역사가 녹아있는 건물들이 즐비한 곳이 있습니다.
문제는 별다른 역사적 고찰 없이 마구잡이로 헐려나가 논란입니다.
노승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육중한 굴착기가 붉은 벽체를 사정없이 무너뜨립니다.
평범해 보이는 이 건물은 무려 90년 가까이 된 우리나라 최초의 비누공장입니다.
문화재적 가치가 상당한데도 오랜 세월 방치돼오다 인근 주민들의 주차장 건립 민원에 관할구청이 속절없이 헐어버린 겁니다.
▶ 인터뷰(☎) : 손장원 / 인천재능대학 교수
- "20세기 초반에 형성되기 시작한 인천 최초의 공업지역이라는 데에 의미가 있고…. 그걸 저렇게 허물어버린다는 게 참 암담하죠."
이 일대는 인천항을 내려다보는 인천 자유공원 일대.
지은 지 134년 된 우리나라 두 번째 은행 건물은 물론, 가장 오래된 94년 된 우체국 건물 등 근대 역사가 녹아있는 100년 안팎의 건물들이 즐비합니다.
▶ 스탠딩 : 노승환 / 기자
- "문제는 이런 건물이 이 일대에만 수십 동이 넘는데, 어떤 건물은 보존하고 어떤 건물은 헐 것인지를 판단할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소주공장인 조일 양조장,
1941년 세워진 동방극장 건물,
1917년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세관창고는 각각 주차장과 지하철역 출구를 만든다는 명분 아래 역사적 재조명도 없이 헐려버렸습니다.
엉터리 복원도 논란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호텔인 129년 된 대불호텔은 무너져버린 건물을 관광자원을 만든다며 원래 설계도도 없이 겉만 비슷하게 다시 지었습니다.
▶ 인터뷰 : 장회숙 / 도시자원디자인연구소 공동대표
- "(이 일대는) 우리나라 경제를 일으킨 근대산업의 중심지이고 산업의 요람입니다. 산업유산이란 게 보기에는 거칠고 보잘것없는 것 같지만…."
논란이 이어지자 정부와 인천시는 최근에서야 근대 초기 건축물을 보존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만들고 전수조사에 들어갔습니다.
MBN뉴스 노승환입니다. [ todif77@mbn.co.kr ]
영상취재 : 문진웅 기자
영상편집 : 전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