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주 대낮 강남 노상 한복판에서 일어난 '칼부림' 현장에서 5~6명의 시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범인을 제압하고 응급처치를 통해 생명이 위태로운 중년 여성을 살려냈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도와달라"는 의인들 요청에도 사진만 찍고 구경만 하는 등 '방관자'처럼 행동했다는 목격담도 나와 인터넷 상에서 논란도 커지는 중이다.
26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 모씨(63·직업 미상)를 살인미수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날 오전 11시40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역 5번 출구에서 57세 여성 B씨의 목과 가슴 등을 과도로 여러 차례 찌른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당시 주변에 있던 시민들에게 붙잡혔고 범행 과정에서 손을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치료가 끝나는 대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현장에서 피를 흘리는 채로 구조된 피해자 B씨는 구급차로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응급 수술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와 피해자가 서로 아는 사이"라며 "현장에 범인을 붙잡고 있었던 시민과 지혈하고 신고한 '의인'들 덕택에 피해자가 생명을 구했다"고 밝혔다.
칼부림 살인을 막아낸 의인 중 한 명은 사건 현장인 역삼역에서 근무하는 회사원 이호석(31)씨로 확인됐다. 그는 이날 아침 회사 업무 차 여의도에 들렸다가 사무실로 택시를 타고 돌아와 내리던 중에 사건현장을 목격했다. 그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택시를 내린 지 얼마 안돼 어떤 할아버지가 아주머니를 칼로 찌르는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우선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여성 한분과 같이 지혈을 했고 의식을 잃지 않도록 계속 말을 건넸다"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이씨가 지혈을 하는 동안 주변의 다른 건장한 남성 3~4명이 칼을 휘두르는 김씨를 제압했다.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이 시민들 대다수는 경찰서에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신신 당부했다. 이씨는 "경찰이 그 할아버지를 잡아가고 팔에 피가 너무 묻어서 사무실 들어가는데 회사분들이 엄청나게 놀랐다"며 "지금도 너무 손이 떨린다"고 말했다. 이씨는 "저 뿐만 아니라 같이 범인을 제압하고 도왔던 시민들 모두가 너무나 용감했다"며 "그 분들이야 말로 정말 훌륭한 분들"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사건 현장에서 일부 시민들은 이런 장면을 수수방관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도 일고 있다. 이 씨는 이 사건 직후 인터넷에 자신의 목격담을 글로 적었다. 이씨는 해당 글에서 "사진 찍고 구경하시는건 좀 너무 하지 않나요"라며 "누군가의 가족일텐데 님들은 지나가다가 저랑 비슷한 일을 보시면 구경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씨는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그 사람들을 비난하고자 글을 적은 글은 결코 아니다"며 "다만 정신없이 손으로 '펑펑' 새는 피를 막고 '제발 신고해달라'고 부탁하는데 신고도 안하고 도와주시지도 않고 사진만 찍고 그냥 갈 길을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지켜봤던 시민들을 비난하기 위한 게 아니라 아무리 바쁘고 여유없는 세상이지만 어려움에 처한 시민들 보면 돕는 게 '인지상정'인 만큼 다음이라도 시민들이 이런 장면을 목격할 때 꼭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의미에서 글을 적었다는 것이다.
이 씨가 글을 올린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논란이 뜨겁게 달아 올랐다. 마치 이번 사건이 50년 전 미국에서 발생한 '제노비스 살인' 사건을 떠올리게 만든다는 것. 1964년 뉴욕 주 퀸즈에서 키티 제노비스(Kitty Genovese)라는 여성이 괴한에 살해됐는데 당시 뉴욕타임즈는 이를 목격한 사람이 수십명 있었지만 누구도 신고를 하거나 응급차를 부르지 않았다고 보도해 사회적으로 큰 파문이 됐다. 이 사건은 수십년 후 뉴욕타임즈가 일부 팩트를 왜곡·과장보도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지금도 이런 '방
[박재영 기자 / 임형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