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물체가 잘 안 보이다가 나이가 들면서 완전히 시력을 잃는 망막색소변성이라는 병이 있습니다.
치료법이 전혀 없었다가 최근 인공망막 수술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공을 거뒀는데요.
수술 직후, 10년 전 여고생으로만 기억하던 장성한 딸의 얼굴을 다시 보게 된 이화정 씨를 이정호 기자가 만나 봤습니다.
【 기자 】
동네 골목에 남편과 산책에 나선 한 54살 이화정 씨.
흐드러지게 핀 장미 앞에서 눈을 향하기 보다는 먼저 손을 뻗습니다.
「▶ 인터뷰 : 이화정 / 망막색소변성 환자
- "여기 가시있으니까…."
- "장미 되게 오래간만에 만져 보네."
- "그러니까. 활짝 피었어."
」
「망막색소변성이라는 유전질환으로 10년 전 시력을 잃은 이화정 씨의 일상은 암흑과의 싸움이었습니다.」
그런데 서울아산병원 윤영희 교수팀의 도움으로 지난달 26일 국내 첫 인공망막 이식에 성공하면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인공망막은 안경에 붙은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안구에 이식한 칩으로 무선 전송하는 게 핵심인데, 전자장비로 눈을 대신하는 겁니다.
수술 직후, 10년 전 여고생의 모습으로 기억하던 장성한 딸을 본 이 씨 눈에선 하염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 인터뷰 : 이화정 / 망막색소변성 환자
- "감사합니다."
▶ 인터뷰 : 윤영희 /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
- "문이 어디 있구나 (알 수 있고), 차가 지나가는구나를 (알 수 있어) 큰 의미가 되는 거고요…."
10년 만에 광명을 되찾은 이 씨의 일상은 이제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 인터뷰 : 이화정 / 망막색소변성 환자
- "주방 이쪽에는 밥솥이 있다는 걸 외워서 했다면 지금은 불 켜놓고 천천히 보면 눈으로 밥솥이 여기 있구나…."
MBN뉴스 이정호입니다.